[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한국상조공제조합의 전산 오류로 인해 조합사들이 오히려 피해본 사실이 드러났다.

6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앞서 지난 2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공제조합 측의 전산 오류로 오랜 시간 논란이 됐던 사안임에 대해 사실 파악은 제쳐둔 채 ‘조합에 거짓 자료를 제출하고, 위선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당시 공정위가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심사관 전결 경고서에서 보람상조라이프는 2018년 7월 11일 기준으로 총 56건(일부누락 47건, 전부누락 9건)의 소비자에 대한 선수금 보전금액 5668만 7500원 가운데 3015만 7000원을 한국상조공제조합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선수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하지 않았으므로 할부거래법 제34조 제9호에 위반된다며 심사관 전결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보람상조라이프 측은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고의적으로 선수금을 누락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회사에서는 한국상조공제조합에서 배포한 전문전송 시스템을 통해 성실하게 신고를 해왔고, 회원의 해약이나 행사발생 등 각종 변동내역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처리해왔으나 조합 측의 전산 오류로 인해 회원들의 변경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분 등이 ‘누락’된 것처럼 나타난 것이다”고 반박했다.

보람상조라이프 관계자는 “경고 조치를 받은 과소신고(일부누락) 47건의 경우 Disco 모듈 오류(원인불명)으로 인해 발생한 건이 46건에 달하며, 1건은 중복으로 인식됐다”며 “나머지 전부누락 9건의 경우 역시 1건의 Disco 모듈 오류와 8건이 전문 에러(전문 중복신고 오류)로 인해 나타나게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 7월 공정위의 현장조사 당시 이미 이러한 내용을 발견하고, 회사 자체 데이터 정비를 통해 과소신고 및 미신고 등에 대한 보완을 완료했으며, 조합 전산 오류로 인한 과실에 대한 근본적인 조합의 해결책을 꾸준히 촉구해왔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람상조라이프는 지난 7월 선수금 신고 관련 조합 전산 오류 사실 확인 및 개선을 요청했고, 이에 지난 10월 한국상조공제조합 측이 전산 간담회를 열어, 전산 사용 불편 사항 등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드라이프그룹, 동일한 사례로 경고 조치 받아···‘이의제기’
개선되지 않는 ‘전문 중복신고 오류’에 조합사 불만 가중

문제는 이러한 전산 오류로 인한 선수금 누락 현상이 이미 조합이 전산을 도입한 첫 해부터 발생해 온 고질적인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조합에서 알고도 사실상 4년간을 방치해온 것으로 결국 이번 보람상조라이프를 비롯해 지난 7월 위드라이프그룹 역시 같은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는 등 조합사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게 업계 측 설명이다. 

현재 한국상조공제조합의 전문 신고 시스템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Disco 모듈 오류(원인불명)와 전문 중복신고 오류가 대표적이다.

또한 증빙서류가 필요한 작업의 경우 확인 작업에 상당한 기간까지 소요돼 각종 회원정보가 조합 측 전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조합사들은 현재 조합에서 배포한 모듈을 통해 전문 신고를 하고 있는데, 신규 계약이나 유지예수금 등의 선수금 증가분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2일차 저녁에서 3일차 오전까지는 조합에 전문 전송이 완료되고 있다.

그러나 행사·해약 등의 선수금 감소분, 계약자 정보변경 등의 신고는 실무자가 증빙서류를 직접 처리함으로써 업무 처리 시간이 막연히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담당자가 ‘최종승인’을 하기 전까지는 조합 전산 상 유효구좌로 반영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 중복신고’ 오류의 경우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회원 정보의 변경 건이 발생한 경우 회사에서는 이를 조합에 신고해야 하는데, 조합 전산상에서는 ‘수혜자 정보변경’, ‘행사’, ‘해약’, ‘청약철회’, ‘상품부활’ 등 해당 회원이 갖고 있는 변경 사유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사유에 순위를 두고 처리하고 있다.

때문에 하나의 사유에 대한 승인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해당 회원에 대한 다른 전문을 처리할 수가 없으며, 후순위 전문에 대한 중복 신고 역시도 차단돼 있다. 또 이러한 중복신고를 거칠 경우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선수금의 전부누락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나 문제되는 부분은 이러한 오류로 인한 과실을 확인할 수 있는 조합 측의 DB 출력 조차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체 측에서는 데이터 일치화를 위한 대조 작업을 위해 출력 기능을 이용하더라도 1만 건이 넘을 경우 전산이 작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최근에 와서야 이 부분만이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상공, 전산 오류 문제 알고도 사실상 방치

한국상조공제조합 측은 전산을 도입한 첫 해인 지난 2014년 이미 각종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게 상조 업계 측 주장이다. 이에 조합에서는 데이터 정비 등을 위한 공문을 먼저 조합사에 보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업체의 피해만 키워온 상황이라고. 

이와 관련 보람상조라이프 측은 조합 전산상 선수금 차이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각 조합사들과 더불어 매년 공문발송·현업 미팅·자체 데이터 정비 등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난 7월 공정위의 현장조사 이후 즉각적으로 공제조합 측에 이러한 내용의 전산 개선 요청을 했고, 8월 조합의 전산관련 회의에서 ‘기존의 전문 중복신고 제한 프로세스는 유지하고, 다른 해결 방안을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전산 관련 계속된 문제제기로 인해 지난 10월 23일에는 조합의 주최로 조합사를 대상으로 한 전산 간담회가 열렸지만, 모든 조합사가 공감하고 있는 오류 요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교육비 유용, 소송 일감 몰아주기 등 제기된 문제로 논란을 겪고 있는 박제현 한국상조공제조합 이사장은 이날 “올해로 조합 전산을 사용한 지 4년이 됐으며 현재 조합 전산에 문제가 있는 것은 현실이다”고 밝히면서 “공제조합 내부적으로도 전산팀 직원들의 잦은 입·퇴사로 인해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가 됐다”고 사실상 조합 전산의 그동안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듯 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다만 2018년 초 새로운 전산 팀장을 통해 많은 부분을 개선 중에 있으며 전산팀의 노력만으로는 모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어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에 따르면 모든 조합사들이 ‘전문 중복신고 불가’ 문제에 공감하며 개선할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람상조라이프 관계자는 “조합 전산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여러차례 개선해줄 것을 건의하고, 또 우리 회사 뿐만 아닌 많은 조합사들이 선수금 누락 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사고가 발생해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다만 이미 수년째 이어져온,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채로 일방적으로 회사에 대해 왜곡된 비방을 가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 억울함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이의제기를 통해 잘못된 사실을 바로 알리고, 향후 동일한 사례로 인해 조합사들이 억울한 뭇매를 맞지 않도록 공제조합에도 계속적으로 개선 요청을 진행해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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