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경영 삼성 22번째 노조 탄생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노총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이 삼성화재애니카지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에서 22번째 노조가 탄생했다. 애니카손해사정 사고조사 현장출동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민주노총 전국사무연대노조 가입을 마쳤다.

민주노총 전국사무연대노조 애니카지부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노조 출범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사고조사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사고조사 노동자 직접 고용 ▲출동 차량·유류비·보험료·통신비 지급 ▲인력충원 ▲3교대 근무 실시 ▲수수료 인상 및 매년 노사 수수료 협상 등을 요구했다.

자동차 보험 업계 1위에서 일하는 애니카 사고조사 노동자들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현장에 출동해 사진을 찍고 사고내용 조사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자연스레 ‘24시간 잠들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장시간 노동에 고통 받았고 업무의 외주화로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이들은 애니카손해사정과 1년 단위로 사고출동서비스 대행계약을 체결하는 특수고용직이다. 월평균 노동시간이 무려 380시간에 달할 정도로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2교대로 24시간 출동대기를 한다.

또한 차량과 유류비, 통신비 등의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한다. 여기에 사고조사 업무 중 사고를 당해도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자비로 치료한다. 특히 이들은 기본급 없이 사고현장에 출동해 처리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는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인 수수료가 동결됐다.

노조는 “사고조사 노동자들은 380시간의 장시간 주야간 노동을 한다”면서 “차량과 유류비, 통신비 등의 비용도 사고 조사 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급 없는 장시간 노동 속에도 오랜 시간을 버텨왔지만 애니카손해사정은 지속적인 정비공장으로의 사고조사 업무 외주화를 통해 임금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권익과 처우개선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 사고조사 노동자 300명 중 절반이 넘는 동료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현장에 긴급 출동하는 노동자들의 개인사업자등록을 추진하고 공업사와 협약을 통해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사고 조사 노동자들을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4대 보험 미가입, 기본급 미지급 등 고용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현장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사고조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380시간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3교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애니카 관계자는 “사고조사 노동자분들은 자회사인 애니카손해사정과 위탁계약을 맺은 분들이라 특별하게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