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공백 ‘7개월째’…내부 갈등으로 은행장 선임 해 넘길 가능성도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지주>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안과 내부 규정 개정을 둘러싼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DGB대구은행 이사회는 대구은행장 선임 방식 등을 바꾸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거부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8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DGB금융지주가 제시한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놓고 은행 규정을 개정할지 논의했지만 은행장 선임 기준과 경영 자율성 확보 등을 위해 개선안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은 은행장선임을 위한 세부적 기준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DGB금융지주가 제시한 개선안에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등 인사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행 이사회는 이날 회의에서 ▲은행장 선임을 위한 세부기준 선(先) 확정 필요 ▲은행경영 자율권 보장을 위한 제도 장치 마련 ▲지역주주 및 지역 원로 상공인·전임 은행장·노조·내부직원 수렴의견 반영 ▲은행과 지주회사의 협력적 관계 구축 등의 요구사항을 결의했다.

또한 은행경영의 자율권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요구했다. 개정 규정에 따라 지주와 은행이 같은 수로 구성된 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지배위원회 참여보장을 요구했다. 여기에 지주 인선자문위원회 선정 시 지주와 은행을 같은 수로 구성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은행장의 임원선임권도 함께 제안했다.

대구은행 이사회 결정에 따라 지주와 은행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 측이 지주가 마련한 지배구조 개선안의 문제를 공식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은행장 공백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은 오는 12월 26일이면 임기가 끝난다. 당장 은행장 선임 절차가 마련된다 하더라도 은행장 후보 검증 절차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대폭 강화됨에 따라 공식 선임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다.

일각에서는 박명흠 대행이 또 연임돼 대행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대행은 지난 8일 DGB캐피탈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검찰은 박 대행의 아들이 DGB캐피탈에 입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DGB금융지주 리스크관리본부장이었던 박 대행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지주 김태오 지주 회장은 지주·은행 이사회와 의견 조율에 나서는 등 내부갈등 진화에 직접 나서면서 대구은행장 선임 절차를 하루빨리 마무리하고자 할 방침을 전했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 이사회와 지배구조 개선안 방안을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 은행장 선임을 통해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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