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재계에서는 수장들에 대한 경영평가가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내년이면 분리경영 10주년을 맞는 금호석유화학그룹 박찬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 그룹을 대표하는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이 올 3분기 실적발표 결과 엇갈린 행보를 이어가서다. 4분기도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아 한판의 역전극도 어려운 상황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석유화학 업종 내에서도 드문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매출액 1조4500억원, 영업이익 1509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4%, 영업이익은 161.4% 증가한 성적이다. 이는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판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페놀유도체와 에너지 부문에서 호조세를 이어간 덕분이다.

그간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 박찬구 회장의 경영전략이 적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찬구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도 "작년 한 해는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해였다면 올해는 안으로 내실을 더욱 다지는 동시에 밖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703억원을 기록했다. 현 추세라면 연말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기대된다.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도 지난해를 훌쩍 상회해 5조5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업이익률 역시 10% 이상이 예상된다.

부진을 면치 못했던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턴어라운드를 성공한 데 이어 올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박찬구 회장에 대한 경영평가 역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형인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아시아나항공은 쉽지 않은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그룹을 대표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8521억원, 영업이익 1010억원을 기록,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성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액은 13.6%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14.8%나 하락한 것이다.

특히 유가와 환율 변동 등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비용증가를 상당부분 매출단가에 반영해 고객에게 전가했음에도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 하향전망이 이어지기도 했다.상징과 같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매각 등을 단행해 그나마 재무구조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별도 기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720%에서 3분기 623%로 97%포인트 하락한 것. 차입금은 4조570억원에서 3조1410억원으로 줄었다.

실적도 문제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기내식 대란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직후 이어진 박삼구 회장의 대처도 구설에 오르며 경영자로서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은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박삼구 회장 등을 상대로 70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과 달리 확장경영을 추구하며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룹 재건을 꿈꾸며 금호타이어 인수에 힘을 쏟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금호타이어는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 뺏겼지만, 박삼구 회장은 여전히 확장경영에서 답을 찾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IDT, 에어부산 IPO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IDT는 오는 23일 상장에 들어갈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한다.

금호가(家) 분리 이후 엇갈린 박찬구 회장과 박삼구 회장에 대한 평가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내실과 확장 . 서로 다른 경영전략을 품은 형제의 엇갈림은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실적에서 보이듯 다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형제가 돌아가며 경영을 맡아왔던 금호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금이 갔다"며 "상표권 분쟁 등이 마무리되면서 양 그룹간 다툼은 해소된 듯하지만, 내년이면 분리경영 10년째인 만큼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목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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