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11.12./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야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경제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질의를 집중하는 등 탐색전을 벌였다. 특히나 김 신임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탐탁지 않은 인사 발탁이었기에 더욱 주목된다.

◆김수현, 예결위서 혹독한 '데뷔전' 치러

김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임명된 후 처음으로 예결위 전체회의에 참석했으나, 여야 의원들이 김 실장에 각종 현안을 따져 물으며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다.

김 실장은 우선 이날 비경제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예결위 소위나 소(小)소위에 참석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것은 맞지 않고 제 본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는 한국당이 전날 김 실장의 예결위 출석 및 2019년 예산안 심사 참여를 촉구한 것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다. 예산소위에는 통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참석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다.

이와 관련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전날 “문재인 정권이 진심으로 법정기일 내에 예산안 통과를 원한다면, 김수현 실장이 직접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나 최소한 소소위에 출석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 실장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경제와 고용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걱정이 많은 시점에 정책실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를 포함한 청와대 정책실 직원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실장의 포부에도 여야는 김 실장에게 우회적 검증을 시작했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김 실장이 원자력 발전소 폐기를 주장했던 분으로 아직도 그 생각이 유효한가"라고 검증에 나섰다. 이에 김 실장은 "원전 폐기라는 말보단 60년에 걸쳐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자는 것이 합당한 표현"이라고 답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 역시 “포용국가는 격차를 줄이고 차별을 없애는 기본적인 철학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차별을 없애는 방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 실장은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에 방점을 두고 예산액을 늘리며, 지원방식도 차별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경질되면서 야당과 예산을 논의할 카운터파트너가 없다'는 지적에 "그건 예산심사 (규정에 따라야 한다)"라며 "그것은 형식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보수·진보 양측 협공 받아

사실 여야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김 실장의 발탁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인사에 대해 “걱정스럽고 안쓰럽다”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처음 요구했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일이라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내가 요구한 것은 단지 사람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철학을 바꾸라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의 철학을 ‘경제는 시장에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생각으로 바꾸고, 이를 실천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실용적 시장주의자로 바꾸라는 것이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경제는 경제부총리에게 맡기고 청와대는 뒤로 빠지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손 대표는 또 “투톱(Two Top)이 서로 싸울 것 밖에 없으니 차라리 정책실장을 비워 두라고까지 조언했다”고 호소하며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일자리 수석, 소득주도성장위원장도 없애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바뀐 게 없다. 대통령의 철학은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를 통해 “장하성 정책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수현 실장이 문재인 경제 정책 구조에 대해 전혀 수정 계획이 없다면서 정책 사령탑을 하겠다고 했다”며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여론 불만 만만치 않은데 경제부총리를 총알받이 앞세우고 뒤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인지 대국민 선전포고 태도에 대단히 불편하고 유감스럽다”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럴거면 장하성 실장은 무엇 때문에 바꾼건지, 사람 바뀐 마당에 정책 수정 계획이 없다면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께 해명하라”며 “마치 유주얼서스펙트의 카이저 처럼 허수아비 장하성 밀어내고 문재인 정부 실세가 직접 진두지휘 하겠다는 것인가. 정책은 국민과의 대결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예산안 심사 도중 경제 수장을 모두 바꾼 것은 도를 넘어선 ‘국회 무시’라고 판단한 야당은 김 실장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인사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특히 노무현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뒤 2012년 대선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재수까지 도운 측근 중 측근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김 실장의 발탁에 대해 여권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개혁 성과에 만족하지 못했던 진보 진영은 김 실장보다 훨씬 개혁적인 인사를 내심 바랐다. 즉 ‘직업이 청와대 참모’인 김 실장은 제도 정치권에 오래 몸담으며 보수화돼 개혁 작업에 소극적일 것이란 우려.

아울러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혁적인 경제학자가 맡는 것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왜냐하면 (청와대) 정책실이 하는 일 3분의 2가 경제다. 국내 정책의 3분의 2가 경제이기 때문에 경제를 모르는 분은 정책실장을 맡기가 사실 좀 곤란하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의 기준을 '개혁적인 경제학자'로 놓은 것에 대해선 "경제 전체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개혁적이어야 한다.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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