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불만 확대…"현대차 지위 남용"

현대차그룹 사옥 / 사진 = 월요신문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받는 사급 단가의 가격 협상을 개별 업체별 협상 방식으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협상력이 약하거나 독점적으로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독점적 지위 강화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그간 철강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및 인하에 맞춰 일정 금액을 더하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납품 가격을 정해 왔다. 이에 사급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현대차의 가격 정책에 따라 납품가격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변동에 맞춰 일괄 통보하던 기존의 사급 단가 협상 방식을 지난 8월 중단하면서 가격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사급 물량의 경우 마땅한 대안처가 없어 현대차의 요구에 맞춰 줄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사급의 경우 구매하는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자재를 조달할 수 있지만, 상대 기업은 거래 대상이 줄고, 대량의 물량을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에 개별 협상이 더해질 경우 대기업 등 구매자는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현대차의 경우 독점 납품하는 부품업체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더욱 강화하고, 복수의 부품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현대차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이에 철강재 부품의 경우 지난해 대비 10만원, 올해에만 5~6만원씩 소재 가격이 인상됐지만 아직 가격 반영이 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협상을 통해 반영된다고는 하지만 현대차와의 조율이 길어지면서 가격 반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업체별로 가격 협상을 업체별로 진행하고, 결과를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적정 납품 가격 산정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급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물량의 경우 판매 창구가 일원화됐지만, 이를 납품하려는 업체는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시장 기준 가격이 되는 현대차에서 정정 수준의 가격을 보존해 주지 않는 등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정상화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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