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흥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173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 집단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적분할과 뒤이은 주식교환, 현물출자 규정을 이용해 대주주 일가 지분을 끌어올려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13일 공정위가 조사한  ‘2018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적분할, 현물출자 방식을 이용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기업집단들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정위는 "기존 회사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총수 일가의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하는 형태로 지분율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이같이 설명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또 투자회사의 사업회사 지분율도 자사주 보유분을 활용해 2배 가량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기홍 기업집단과 과장은 "지주사가 설립된 지 1년이 지나 지분율 변동을 파악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 가운데 웬만한 곳은 거의 대부분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지주사 전환 당시 대부분 인적분할에 뒤이은 현물출자 형태의 주식교환 방법을 대거 써왔다는 것이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경우 '자사주취득→인적분할→현물출자' 과정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6.9%에서 50.1%까지 뛰어올랐다.

먼저 A사를 지주사인 B사와 투자회사인 C사로 인적분할했다. 대주주 일가는 B사와 C사 지분을 각각 16.9% 갖게 됐다. 원래 A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9.6%는 지주사 B에 남게되면서 C사에 대한 지분 19.6%로 전환됐다. 이어 대주주 일가가 C사의 지분을 B사에 현물출자하면서 대주주일가의 B사 지분은 50.1%로 늘었다. B사의 C사에 대한 지분율은 36.5%로 증가했다.

인적분할·현물출자 방식이 지주사 전환에서 널리 쓰이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대주주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회사 지분만 갖고 있는 지주사의 주식 가치가 사업회사보다 낮게 형성되고,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다. 2001~2003년 LG그룹이 이를 이용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 이후 SK, GS, 한진, CJ, 한국타이어, 아모레퍼시픽, 코오롱, 셀트리온 등이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공정위 분석에 따르면 LG는 대주주 지분을 7.4%에서 31.9%로 높였다. SK는 11.0%에서 30.5%, CJ는 16.6%에서 38.2%, 코오롱은 13.2%에서 48.2%, 한국타이어는 35.3%에서 73.9% 등으로 대주주 지분을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9월말 기준 지주회사 수 173개는 자산요건 상향에 따라 중소 지주회사들이 대폭 이탈하면서 지난해 193개에서 큰폭으로 줄었다. 중소 지주회사들이 빠지면서 지주회사 평균 자산총액은 전년(1조4022억원)보다 늘어난 1조6570억원이 됐고, 평균 부채비율도 33.3%으로 줄어들었다. 

공정위 박기홍 기업집단과 과장은 "현행 공정거래법 규정상 인적분할·현물출자 방식을 규제할 논리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자본시장법 등을 통해 지주사와 사업회사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등의 탈법 행위만 제지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법무부에서 상법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다. 현재 자사주에 대해 신주 취득권리를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몇몇 의원입법이 진행되고 있는데, 공정위도 국회 논의 과정에 협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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