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11.14./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한국 개최가 결정된 것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된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선텍(Suntec) 회의장에서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북한이 함께 내년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의미가 더 살아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제안에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제안에 “주목되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가 평화를 향해 더 나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적극 검토하고, 이를 위해 아세안 국가들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김정은은 아직 유엔 등 다자(多者) 외교 무대에 나온 적이 없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김정은을 다자무대에 데뷔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과 일본 등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들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아세안 관련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내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 30주년을 기념하고 신(新)남방정책 이행을 가속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고, 아세안 정상들은 적극 지지했다.

한편 이 날 문 대통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두 정상의 대화에는 '대북 제재 완화'의 정확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 이사국 정상들을 만날 때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며 대북 제재 문제를 화두에 올린 바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은 15일 한·중·일이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함께하는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와 아세안+3에 호주 인도 등이 참여하는 ‘제13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도 참석한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만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긴밀한 한미 관계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펜스 미 부통령은 이달 초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이 만나는 행정부 고위 인사이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 온 대북 강경파 인사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이 대북 강경파지만 동시에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과 미 싱크탱크에 미치는 영향력 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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