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싱가포르 선텍 회의장 양자회담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2018.11.15./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미국의 강경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나 비핵화에 대해 대화를 나눴지만 펜스 부통령의 ‘CVID’ 언급과 함께 공고한 강경 입장만 재확인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펜스 부통령과 만나 약 30분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좋은 결과 거두신 것을 축하드린다. 트럼프 대통령께도 안부인사와 함께 축하 메시지 전한다”며 “지난 2월 펜스 부통령과 함께 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시작으로 해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만들어졌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부친에 이어서 우리 한국과 깊은 인연을 갖고 계신 펜스 부통령께서 이 여정에 함께 해주셔서 아주 든든한다”며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정책의 근간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굳건할 것이다. 사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고 또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강력한 한미동맹의 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 강경파 인사인 펜스 부통령 앞에서 대북제재 완화 관련 언급은 최대한 피하면서 한미 동맹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 대신 향후 공조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중점으로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과 결단력 때문이라고 덕분이라고 생각하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있었고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이에 굳건한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물론 비핵화에 대한 'CVID'는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도 궁극적으로 동의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더이상 북미 협상에서 사용되지 않는 ‘CVID’ 표현을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사용한 것은 그만큼 북미협상에서 펜스 부통령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것을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전례 없는 대북제재’를 강조해온 펜스 부통령 자신의 강한 의지를 문 대통령 앞에서 보이려 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읽은 듯, 이날 문 대통령은 전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거론한 '대북제재 완화'를 펜스 대통령 앞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오늘 아침 트럼프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고, (문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노력에 있어 긴밀한 파트너십을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고 답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이 부분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안보와 평화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소통을 강화하길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당장의 과제인 북미 간 2차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 중재자 역할의 성과를 보이길 바라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 자리에서 펜스 부통령은 특히  “궁극적으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이뤄야 하므로 계속 노력하겠다"며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강경파의 모습을 공고히 했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의 대화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초강경 매파’로 분류 되는 펜스 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재차 확고히한 만큼, 전략적으로 예민한 주제에 대해선 의견 제시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의 평가다.

한편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접견한 후 9개월 만에 면담이다.

이날 면담에서는 한국 측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남관표 국가안보실2차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의겸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 키스 켈로그 국가안보보좌관, 존 설리반 국무부 부장관, 매튜 포틴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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