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주 초유의 ‘거래정지’ 사태…분식회계로 인한 상폐 전례 없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감리 안건 논의를 위한 증선위원회 회의 참석을 마친 후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코스피 시가총액 22조원, 시총 5위로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제약·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초대형주 초유의 ‘거래정지’ 사태를 맞이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4일 정례회의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분식 규모는 4조5000억원 정도로 규정했다.

또한 삼성회계법인은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의 주식 매매 거래를 즉각 정지시켰다. 증선위의 회계부정에 대한 검찰 고발 및 통보 조치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서 ‘극히 희박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바이오의 소액 주주가 8만 명이 넘고, 이들이 소유한 주식 가치가 5조 원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폐지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며 “기관투자자들은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인데, 자회사 가치를 고의로 상향 평가했다는 것을 입증할 내부 문건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 연구원은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기 이틀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결국 분식회계로 판결나더라도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의 베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용범 증선위원장이 기자들과 문답에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제도 도입 이후 16개 회사가 심사 대상이었으나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상폐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는 점도 상폐 가능성이 제한적일 거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과거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 등도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났지만 일정 기간 거래가 정지됐다가 상장 유지 결정이 내려졌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도 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상폐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그 밖의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참작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삼바의 거래정지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 여부 심사를 마칠 때까지 이어진다. 심사까지 길게는 두세 달이 걸릴 수도 있는데, 심사에서 ‘상장 유지’ 결정 날 경우 곧바로 주식은 다시 거래된다. 하지만 ‘상장 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로 결정 날 경우 이의 신청 등 최종 마무리까지 1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론에 대해 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2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증선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며,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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