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2018.11.15./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협치의 뜻을 나누던 여야가 불과 일주일 만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야당과 이에 맞서는 여당은 서로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지난 15일 정기국회를 파행시켰다. 문제는 이 같은 국회 파행이 결국 산적한 민생법안과 예산안 심의를 처리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다.

◆野 "오죽하면 예산 심의, 규제 완화, 민생 법안들을 두고 이러겠는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인사를 이유로 국회 참석을 거부하는 입장이다. 특히 두 야당은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 검증 책임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감사 당시 논란이 된 '서울교통공사 채용 의혹 국정조사' 수용을 더불어민주당에 촉구하고 있다.

두 보수야당은 이 세 가지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시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야당의 본회의 보이콧에는 결국 비판적 여론이 따랐다.

이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죽하면 교섭단체 두 개 야당이 예산 심의, 규제 완화, 민생 법안들을 눈앞에 두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공기업에 부정채용, 고용세습이 만연한 마당에 민주당이 여전히 고용세습 국정조사에 미적거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4년 6개월 동안 국회 인사 청문경과 보고서 없이 임명을 강행한 게 9명"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1년 6개월만에 국회 인사 청문경과 보고서 없이 독단적으로 임명을 강행한 인사가 10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에도 기자들에게 "국회 정상화에 대해 많은 요구도 아니다"라며 “국정조사 요구는 민주당이 결단만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가 분명히 느끼는 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의지가 있다”면서도 “청와대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의식해서 결심을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제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덮고 가기 위해서 국회를 마냥 공회전시킬 것이냐"라며 "오늘이라도 청와대와 서울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협상만 하면 답이 나온다"라고 비난했다.

◆與 "국민이 기다리고 있으니 조속히 복귀해야"

김 원내대표의 이같은 입장에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두 보수야당의 국회 '판 깨기'가 또 시작됐다"고 힐난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두 보수야당이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마다 합의된 국회 일정을 우선 파기하고 보는 판 깨기 버릇은 협치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꼬았다.

이어 "특히 한국당의 판 깨기는 문재인 정부 들어 10번째"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인사권에 반발한 판 깨기는 이번이 3번째"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국민은 지금 국회가 국민 앞에 약속한 여야정 협의체 합의를 이행하고, 유치원 비리근절 3법 등 민생 입법과 일자리 예산 등을 빠르게 처리하길 기다리고 있다"며 "두 보수야당은 지금이라도 국회 일정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싸움에 밀려난 민생법안, 국민은 '뒷전'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당장에 산적한 민생법안과 예산안 심의는 또 뒤로 밀려난 형국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본회의에 앞서 “오늘 본회의는 여야 간 합의된 의사일정이었다”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상임위원회와 법사위원회에서 정상적으로 통과된 무(無)쟁점 민생법안 90건이 올라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문 의장은 “하지만 지금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민 보기에 너무나 부끄럽고 의장으로서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본회의에 올라온 안건의 상당수는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민생법안들이었다.

보이콧을 선언한 두 보수 야당으로 인해 밀려난 민생법안 관련 김관영 원내대표는 "시급한 법안은 솔직히 없다"며 다소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이 계속되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비리유치원 근절 법안 등 국민 청원이 높은 법안 심사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현재 자발적인 신청에 따라 운영되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평가 대상을 모든 어린이집으로 확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최근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으로 영유아 보육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조속히 처리 되는 것이 마땅한 경우라는 평가다.

거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예산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감액·증액 심사를 시작해야 했다. 그렇지만 여야 이견으로 소위를 구성조차 못한 상황이라 여야의 기싸움은 더욱 비난받고 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