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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 달 앞둔 서울시 ‘제로페이’…시작부터 ‘흥행 먹구름’ 조짐소비자 입장에서 장점 크지 않아…업계·소상공인 반응도 ‘싸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약국에서 제로페이 가입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제로페이)’가 다음 달 20일 출시된다.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마련된 ‘제로페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공약에서 출발했다.

제로페이는 카드사와 밴(VAN)사,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 결제 망을 거치지 않는 결제 방식이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고객 계좌에서 자영업자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도록 하는 계좌이체 방식이다.

전년도 매출액이 8억원 이하인 소상공인은 제로페이 수수료가 말 그대로 0%다. 매출액 8억원 초과∼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는 0.5% 수수료를 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 주요공약이었던 만큼 올해 안에 꼭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제로페이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의 영업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의 기대와는 다르게 출시를 약 한 달 앞둔 현재 ‘제로페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부터 제로페이 참가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2일까지 신청한 가맹점은 1만4000여곳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취지와는 다르게 프랜차이즈 업체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시가 목표로 하는 약 13만곳 이상의 가맹점 유치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다.

카드업계 역시 제로페이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현금이체 방식으로 수수료 발생이 없어 업자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페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가 돼야 하는데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결제서비스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지역페이 사용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BC카드, 카카오페이 등 참여 사업자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정부는 제로페이를 카카오페이·페이코 등 기존 간편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용하는 방식을 구상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불참을 결정하면서 정부는 금융결제원이 주도해 새로운 제휴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제로페이가 기존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로페이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로페이 출시를 한 달여 앞둔 지난 22일 직접 신촌 일대를 돌며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제로페이 가맹점 가입을 독려했다.

박 시장은 이날 약국, 옷 가게, 도시락집 등에 들러 '수수료제로 서울페이'라고 쓰인 유인물과 가입 신청서를 나눠줬다.

박 시장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은 제로페이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0%대인 제로페이 출시를 환영하면서도 정부와 서울시가 초반에만 지원을 집중했다가 거둬들여 정책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닌지 아직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또한 자영업자들이 제로페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주로 은행 계열사인 카드회사 거래실적이 줄어들면 대출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성호 신촌상인연합회장은 “은행권 대출이 있는 상인들의 가장 큰 고민이 대출 문제”라며 “카드회사 거래실적을 어느 정도 쌓아둬야 유리한 조건에 대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로페이 사용으로 실적이 줄어들면 대출이 잘 안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제로페이의 불확실성에 대한 지적이 늘어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제로페이를 활용한 가맹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에서 소비자나 공급자 입장에서 제로페이를 택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도입 초기부터 고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낮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소비자 관점에는 사용에 장점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문제는 소비자가 그간 익숙했던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쓰느냐 여부”라며 “지자체들이 공공시설 할인 등 다양한 방식의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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