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미추홀퍼스트. /사진 = 김덕호 기자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2016년 사회적 충격을 준 '휴거(휴먼시아 거지)'. 이는 당시 초등학생들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편을 가를 때 사용한 부정적 의미의 신조어다. 

임대주택이 저소득층 거주지로 낙인찍히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휴거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 즉 사회적 문제다. 단지 내에 임대주택을 별도 동으로 짓고 한 곳에 몰아 편을 가른 건설사, 그리고 "임대주택 쪽 놀이터에선 놀지 말라"는 식으로 아이들의 편 가름을 부추긴 부모 모두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조차 이를 우려해 신혼희망타운에 '소셜믹스' 개념을 적용했다. 단지 내에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이다.

소셜믹스는 2003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장기전세주택을 선보이며 처음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정착되지 못했다.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을 실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여전히 임대주택과 일반분양을 분리 조성하고 있다. 휴거 이미지 탈피를 위한 노력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인천용마루 3블록./사진 = 김덕호 기자

실제로 오는 12월 입주를 시작하는 인천용마루지구가 대표적이다. 2블록에 들어서는 LH미추홀퍼스트와 3블록은 도로로 갈라져 있어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이 한눈에 구분된다.

LH미추홀퍼스트는 총 870가구 규모로 공공분양 662가구, 공공임대(5년) 208가구로 조성된다. 임대 물량은 2개 동으로 한쪽에 몰아놨다. 인천용마루 3블록은 무려 150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이지만, 놀이터가 하나뿐이다.

아파트 외관만으로도 임대와 분양주택 구분이 가능하다. 분양 주택은 계단식인데 반해 임대주택은 작은 주택형에 많은 가구를 넣을 수 있도록 복도식으로 조성됐다.

LH조차 실현하지 못한 소셜믹스를 민간이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적용이 가능한 곳은 재건축사업이다. 사업인가를 볼모로 소셜믹스를 압박할 수 있어서다.

현재 서울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지에 소셜믹스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임대주택을 저층부에 몰아넣거나 임대동을 따로 짓는 정비안에 대해 사업승인을 내주지 않는 형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식이 잘못된 게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려면 임대주택 자체를 분양형 아파트만큼 좋게 해야 한다. 임대도 단지 내에 체육이나 놀이시설을 잘 지어서 주민에게 개방해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와 분양이 단절된 건 정말 문제다. 애당초 설계나 구성 자체가 잘못됐다"며 "LH가 건물을 지을 때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시설이나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인 편견을 깨려면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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