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허버드룸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9.24./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시기를 두고 모호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당초 ‘연내 답방’을 자신했지만, 지연되는 북미 고위급회담과 맞물려 “여러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런 와중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로 이어지는 5박8일 ‘지구 한 바퀴 순방’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통해 북미관계에 어떤 중재자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또’ 지연...북미정상회담 개최시기 연일 불투명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 오전 정례브리핑을 통해 ‘연내 목표로 했던 종전선언과 김 위원장의 답방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 위원자의 연내 답방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것이 한반도에 평화·번영을 가져오는 데 효과적일지 여러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두고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서 "일단 연내에 이뤄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준비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연내 종전선언이든 김 위원장의 답방이든 북미 간 대화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그 성사 여부가 달려 있다는 것.

김 대변인은 11월 내에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가 어렵게 됐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저희가 11월에 열릴 것이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각 언론사마다 11월에 열릴 것으로 예측을 했다가 안 된다고 해서 현재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당초 어느 정도에 열릴 것으로 예측을 했었나’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다 말씀드릴 순 없다. 북미 간에 현재 논의 중”이라며 “가급적 빨리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고위급회담 연기 가능성과 맞물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계획했던 연내 종전선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될 수 있느냐다.

연내 답방이 이뤄질 경우 내놓을 정치적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 김 위원장이 서울을 찾게 되면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그에 따른 상응조치에 대한 북미간 입장 차를 줄이기 위한 메시지 도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시일 안에 방문하기로 했다”며 “여기서 ‘가까운 시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을 뜻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G20서 돌파구 마련해야

이런 와중 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포용국가 비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5박8일간 체코·미국·아르헨티나·네덜란드·뉴질랜드 정상을 만나 이들 국가와의 실질협력 방안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다.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이 집결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돌파구 마련의 기회로 평가되나, 최대 이슈인 미중간 무역 분쟁에 우선순위가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 자칫 교착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때문에 이번 순방에서 주목되는 할 점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여섯 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실을 맺느냐다.

우리의 목표는 내년초로 추진되고 있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수석 협상가가 돼 달라”고 돌파구 마련을 당부한다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도 힘이 붙을 수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순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에 “대통령 일정을 가능한 많이 채우려한다”면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 추가로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여섯번째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이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굳걷한 한미 공조체제를 유지할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중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낼지가 주목된다.

또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 남북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의 건, 북미고위급회담 및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장소 등 한반도 상황을 둘러싼 전방위적 주제들을 논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전달하고,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화두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미 간에는 고위급 회담이 한 차례 연기되고, 재추진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실무협상 채널의 가동 역시 현재까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북미고위급회담이 연기될 가능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등을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북측은 그동안 자신들이 보여준 선제조치에 대한 미국측의 상응조치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는 아직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미국과 북한이 핵심적인 협상 조건을 두고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의 ‘촉진자’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당장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존재하는 북미의 이견을 문 대통령이 얼마나 조율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그런 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설득력 있는 북미 중재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을 타결해야하는 2차 정상회담의 경우, 정상간 큰 틀에서의 합의만 있었던 1차와 달리 실무급에서 세부 사안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북미대화의 교착 상황이 길어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도 내년으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대화 재개의 단초를 발견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외교부에 따르면 북미 양측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7일 "북미 양측은 분명한 대화 의지를 갖고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북미 후속협상이 조속히 재개되고 2차 북미정상회담 및 완전한 비핵화 관련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5박8일간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이번 순방의 초점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리트리트 세션과 1세션에 참석,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혁신과 공정, 포용성을 포괄하는 우리 정부의 '다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순방 첫 일정으론 체코에 방문해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원전 수주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어 아르헨티나로 이동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정을 모두 마친 뒤 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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