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위한 제도 보완 시급…금리인하요구권 법제화 요구

서울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달부터 시행된 모바일을 통한 저축은행 대출자 금리인하요구권이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신청자가 극히 미비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경우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소비자는 취업, 승진, 연봉 인상 등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생기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달 18일부터 금리 인하 요구와 대출계약 철회 등 금융거래 업무를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신용 상태가 좋아진 대출자는 영업점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SB톡톡’을 통해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뱅킹에서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 혜택을 보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지난 한 달간 모바일을 통해 SBI·OK·한국투자 등 3대 저축은행으로 들어온 금리 인하 요구 건수를 종합한 결과, 신청 건수는 총 30여건으로 전체 신청 건수의 10%에도 못 미쳤다.

저조한 성과의 요인으로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즉시 차주의 신용등급이 은행권 대출보다 큰 폭으로 하락해 사실상 신용등급 개선을 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는 신용등급이 4등급 기준으로 1.5등급 떨어졌다. 즉,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자마자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고 나서 차주의 신용등급이 개선된다고 해도 결국 제 자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금리인하요구권이 법령에 반영되지 않아 금융사에서 금리인하요구권 자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통해서도 여전히 금리 인하 요구 신청자는 여전히 드물어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금리인하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행정지도로만 운용됐던 금리인하요구권을 법제화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법률안이 그것이다.

법안에는 금리인하요구권을 명문화하고, 금융사가 고객에게 금리인하요구권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빠르면 올 연말에도 법안이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되면 금융사들도 제재 조항 등으로 인해 보다 책임 있는 태도로 임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내년부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뱅킹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연말까지 전산화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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