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만취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치어 숨진 윤창호씨의 친구들과 함께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음주운전자 강력 처벌을 위한 법률을 마련하는 '윤창호법' 발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2018.11.23./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윤창호법’ 하한선이 원안보다 내려갔다"며 강력 반발한 가운데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윤창호법)을 '반쪽처벌' 그대로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윤창호법)을 의결했다.

이번 법안에는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윤창호씨의 친구 김민진씨는 법안소위 회의 직후인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기징역 5년 이상이라는 하한선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윤창호씨는 지난 9월 25일 오전 2시 25분께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던 중 박모(26)씨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사고를 당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 박모(26)씨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81% 상태였다.

윤씨는 해운대백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의식이 없는 상태로 2개월 가까이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숨졌다.

부산경찰청과 해운대백병원에 따르면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윤 씨가 심정지와 합병증 등으로 인해 9일 오후 2시 25분께 숨을 거뒀다.

이같은 친구를 둔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음주운전을 막으려면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의 양형을 살인죄와 같은 최소 5년으로 정해야 한다"며 "반쪽짜리 윤창호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우리가 두 달 동안 나섰던 것은 ‘음주는 살인행위다’라는 이 한 문장을 뿌리 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그래서 하한선을 5년으로 지키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징역 5년이상이라는 하한선은 반드시 들어가야한다”며 “형평을 위해 3년으로 했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사람을 죽여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현실”이라며 “3년 이상으로 높아진다 해도 작량감경의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6개월만 감량해도 집유가 가능하다. 음주치사로 감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음주운전이) 소위서 상해죄에 준하는 것으로 했다”며 “시대가 바라는 바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체회의에서는 음주운전 심각성을 되새기며 묻지마 살인에 준하도록 형량을 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초 발의된 개정안보다 형량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 묻기도 했다. 채 의원은 “원안은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5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돼 있는데, 왜 이보다 낮은 형량으로 1소위원회에서 의결됐는지 설명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윤창호법’은 원안보다 낮은 형량으로 국회 본회의에 회부됐다. 

전날 법안을 심사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기헌 법사위 제1소위원장은 “국민의 우려와 음주운전 처벌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서도 “상해치사, 유치기사 등의 법정형이 3년 이상 유기징역에 해당되고 있는데 적어도 과실범인 음주운전 치사죄 형량이 이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기준에 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현재로서는 상해치사, 유기치사죄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무기징역을 추가하되 하한이 징역 3년을 초과할 수 없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다"라던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 10월 31일 음주운전으로 적발 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의원은 특히 음주운전 처벌 강화법인 ‘윤창호법’을 공동 발의했던 인물이었으나 음주운전 적발 직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오히려 훈계성 발언을 해 더욱 큰 비난을 샀다.

현재 이용주 의원은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이용주 의원에게 관련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감안해 추가조사 없이 벌금 액수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교통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5~0.10%에 초범인 경우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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