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프라하 한 호텔에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을 하고 있다. 2018.11.28./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를 만나 원전 수주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바비쉬 총리가 한국 기업의 원전 기술력을 높게 평가해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를 비난하기에 나섰다.

◆'G20' 순방 文 대통령, '원전 세일즈' 나서...국산 원전 강점 피력

문 대통령과 바비쉬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1990년 수교 이래 양국관계가 제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고 평가하면서 2015년 수립된 ‘한·체코 전략적동반자관계’의 내실화를 위해 상호 교역 및 투자를 지속 확대하는 한편 국방·방산,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바비쉬 총리에게 "한국의 뛰어난 원전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 사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에 있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바라카 원전의 경우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 추가 없이 공기를 완벽하게 맞췄다”고 국산 원전에 대한 강점을 설파했다.

이에 바비쉬 총리는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원전건설 사례들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도 준비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UAE 바라카 원전사업의 성공 사례를 잘 알고 있으며, 한국의 원전 안전성에 관한 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에선 장기적으로 원전 발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육성하면서 해외에선 원전 수출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 때문에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원전 1~2기 건설을 추진 중인 체코는 문 대통령이 국산 원전 수출로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무대다.

현재 체코는 국가에너지계획에 따라 2040년까지 두코바니 및 테믈린 지역에 각 1~2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으로, 두코바니 1기는 2035년까지 건설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만 21조 원 규모로, 이번 수주전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이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아울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중간기착지 체코 프라하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출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경 문승현 주체코 대사 부부 등의 환송을 받고 하벨 공항을 떠났으며, 30일과 다음 달 1일에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컨센서스 구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다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나면 다음 달 1일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한다.

◆野 "비정상적 정상외교"

하지만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9일 전체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체코 방문이 화두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지난 27∼28일 체코 방문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의전상 문제'를 제기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체코 대통령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총리와 회담을 한 점, 외교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올린 점 등을 들었다

정 의원은 “비정상적 정상외교”라며 “양국의 중요 현안인 원전 세일즈는 회담 의제가 아니라고 하고, 현지 기업인과의 만남은 취소하면서 관광지로 유명한 비투스 성당을 찾아가는 등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한마디로 국제 코미디”라며 “우리나라 외교 역사상 해당 방문국 정상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정상외교 목적으로 방문한 사례가 있느냐”며 반문했다.

한국당 소속인 강석호 외통위원장도 "대통령 순방을 두고 이렇게 뒷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외교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부끄러운 일이니 각성하고 소홀함이 없도록 해라"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바른미래당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 외교, 탈원전 정책의 모순과 불합리의 결정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우리나라는 전력수급 문제에 더해 원전산업이 주요 수출품이라는 점에서 급격한 탈원전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원자력 산업 생태계는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우수한 원전 기술력이 사장되고 붕괴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는 원전 수출을 통해 원전산업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며 계속해서 원전 수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해외원전을 수주한 사례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에서는 위험하다며 탈원전 정책을 펴고, 국제사회에는 우리의 원전 기술이 안전하고 우수하다며 홍보하는 모순의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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