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자유한국당이 별도로 발의한 유치원 관련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열린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조승래 소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2018.12.03./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가 3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제출한 법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 연내 법안처리가 어려워진 '유치원 3법'의 전망이 주목된다.

◆與 "회계 일원화" vs 野 "회계 이원화"...한국당 시간끌기 지적도

교육위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박용진 3법'과 한국당이 자체 마련한 법안을 병합해 심사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학부모지원금도 국가보조금으로 전환해 회계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개인 재산이 제공된 만큼 사유재산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에 전부 재산을 출연한 상태라 사유재산과 무관하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개인 재산이 제공된 상태라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당 법안은 현재 사유재산을 전제로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통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유치원장이 밥 먹고 옷 사는 건 가계부 회계다. 유치원이 비록 법인이 아니고 개인이 운영하지만 교육에 사용되는 회계와는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 사적 재산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가계부 회계와 교비 회계를 섞는 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교육목적 교비의 사적 유용을 방지하기 위한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의미"라며 "한국당 개정안은 회계 투명성과 관계없이 교육비를 마음대로 써도 되는 법안을 만들어주자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국회 교육위에서 유치원 3법의 핵심쟁점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이번 정기국회 회기(이달 9일까지) 내에 법안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음이 무겁다. '박용진 3법'은 어제(3일)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자유한국당의 시간끌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거냐. 제발 국민을 생각해주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어제 법안소위는 아이들을 위해서 유치원 회계 투명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어야 하는 자리"라며 "그런데 한국당은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주장만 반복하더니, 급기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념 논쟁까지 할 때는 정말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정말 중요한 것은 이렇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또 사립유치원이 바라는 대로 갈 거라는 것"이라며 "선거는 점점 다가올 테고 표 하나가 아쉬운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유치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이날 "유치원 3법이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자유한국당의 몽니에 발목 잡혔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이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법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A부터 Z까지 문제투성이인 개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당이 발의한 '유치원 3법'에 대해 "사립유치원 비리 해결은커녕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방조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국가지원금 회계와 학부모 부담금을 일반회계로 분리하자는 한국당의 제안에 대해서는 "이는 문제투성인 현행 회계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본청 223호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이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막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정의당 입법안과 박용진 3법안에 연일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당이 유치원 개혁을 막기 위해 제출한 법안은 사실상 유치원 개혁 ‘물타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입법안은 사립유치원이 일반회계와 교비회계를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회계와 교비회계를 통합하거나,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교비는 교육목적에만 사용하도록 하는 공교육의 대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다. 사용용도가 다른 두 개의 회계를 쌈짓돈으로 묶어서 누구도 그 사용용도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회계 물타기’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유치원 3법' 어디로 갈까...정부 시행령 개정 준비

국회는 이에 대해 4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대로 타협없는 논의가 계속된다면 사실상 연내 법안 처리에는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다만 여야 당 지도부 간 전격적 타협과 결단이 있다면 극적으로 통과할 수도 있다. 법안 심사가 무산되고 유치원 3법이 표류할 경우 정부·여당은 야당 눈치 보지 않고 즉각 대책에 착수할 예정이다.

연내 법 통과가 좌절되는 즉시 교육부는 즉각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에서 사립유치원을 예외로 둔 단서조항을 개정해, 우선 국가회계프로그램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사립유치원의 일방적인 휴·폐원과 정원감축을 제재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사립유치원 사태’ 속에 폐원을 시도하는 사립유치원의 숫자가 전국에서 94곳으로 늘어났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30분 기준으로 학부모에게 폐원을 안내했거나 당국에 폐원 신청서를 내는 등 폐원을 시도한 사립유치원은 전국에서 94곳이다. 

이는 지난 29일 사립유치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도심 집회를 벌이면서 이른바 ‘유치원 3법’이 통과되면 집단 폐원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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