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부터 선진 시장 미국까지

최근 국내 유통가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 롯데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베트남, 인도네시아 진출했고, 신세계 이마트는 미 서부지역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굿푸드홀딩스’ 인수 소식을 알렸다.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최근 국내 유통가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는 모양새다.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은 물론, 선진시장인 미국에까지 진출에 나서며 이들의 도전이 주목되고 있다. 

비록 갑작스런 해외 시장 진출은 아니지만 이 같은 유통가 행보에 국내 시장이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듦과 동시에 높아진 규제의 벽을 피하기 위한 발걸음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함께 나온다. 

특히 유통가의 피해갈 수 없는 국내 신규출점 제한‧의무휴업 도입 등 각종 규제들은 해를 넘겨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간 국내 여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쓴 맛을 보고 다시 국내로 유턴한 경우도 다수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유통가가 해외 시장 개척이란 새로운 돌파구로 과감한 투자 및 다양한 사업계획을 펼치고 있다는 모습에서 큰 효과를 얻을 것이란 긍정적 반응도 나온다. 

◆ 글로벌 시장 도약하는 기업 Who?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발맞춰 베트남, 인도네시아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롯데는 1990년대 베트남에 첫 진출하면서 식품, 외식, 유통, 서비스, 건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제과, 백화점, 마트, 지알에스, 자산개발, 호텔, 면세점 등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현재 1만5천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 후 첫 번째 해외 출장 행보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였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하노이로 출국해 5박 6일 일정으로 현지 사업에 참여했다. 지난 4일에는 응웬 쑤억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투자 확대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는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호치민시가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에서는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어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미국 시장 진출 소식을 알린 가운데, 해외 현지기업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 서부지역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키로 한 것이다. 

이 회사는 ‘브리스톨 팜스’, ‘레이지 에이커스’, ‘메트로폴리탄 마켓’ 등 3개 유통 브랜드를 보유한 유통 기업으로, 서부 지역에 2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트 측이 대중에 이미 익숙하게 알려진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외에도 내년 하반기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PK마켓’ 1호점을 열기 위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PK마켓은 그로서란트 매장이다.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을 합친 형태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PK마켓 관련 미국 진출에 대해 “규제 없이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역점을 둬 사업을 펼쳐보려 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정 부회장이 미국시장 진출 성공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동남아 시장이 주춤하면서 그간 위기에 시달렸던 ‘K-뷰티’ 선두주자 기업들도 미국 시장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를 앞세워 미국 현지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19년 캐나다, 미국 동부 등 북미 지역에 이니스프리 오프라인 매장 5곳을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 이니스프리 1호점을 오픈하며 미국 시장에 K-뷰티를 전파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브랜드 프리메라의 미국 진출 또한 결정짓고 적합한 유통 모델을 검토 중이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지난 2015년 ‘빌리프’를 세포라에 입점시키며 미국에 첫 진출한 이래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현재 300여 개 세포라 매장에 빌리프 단독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생활건강의 고급 색조 브랜드 ‘VDL’은 올 10월 미국 뉴욕 엘리자베스 거리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미국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이 같은 유통 대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근 정부의 ‘반기업적’ 성향의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이들 기업이 ‘등 떠밀리듯’ 해외 시장으로 나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과 함께 국내 신규출점 제한‧의무휴업 도입 등 각종 규제 강화로 인한 사업여건 악화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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