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용산 사옥/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이동통신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여론의 반감에도 중국 화웨이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최근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와도 손을 맞잡았다. 실익을 추구하는 한편, 5G 시대에서는 통신 ‘1위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이 같은 공격 행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자국 감정이나 생태계를 무시한 채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실익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란 시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5G 시대를 준비하며 중국·미국 업체들과 적극 협업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와 단독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자사 IPTV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개국, 1억37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진출해 국내 자체제작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약 80억 달러(약 9조원)를 콘텐츠 제작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듯 넷플릭스의 강점은 양질의 콘텐츠로 꼽힌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수익 배분 구조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플랫폼사업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수익의 50~60%를 배분받는다. 이와 달리 넷플릭스는 이번 LG유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수익의 85~90% 배분 조건을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국내 방송업계는 반발이 거세다. 한국방송협회도 지난달 성명을 통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단순 역차별을 넘어 국내 콘텐츠 제작재원으로 돌아가야 할 수익을 거대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게 되는 것”이라며 “LG유플러스는 국내 미디어산업 붕괴를 초래하는 (넷플릭스와의) 악의적 제휴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아울러 방송협회는 “국내 생산요소 시장은 넷플릭스에 종속될 것이고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거액의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제작사는 더 살아남기 힘들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의 제재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수익 배분 문제 때문에 쉽게 제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유튜브만큼은 아니지만 넷플릭스 콘텐츠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높아 IPTV 고객 유치에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4G LTE에 이어 5G에서도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했다. 통신 3사 중 유일한 결정이다. LG유플러스는 2013년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4G LTE망을 구축하며 서울, 수도권 북부, 강원 지역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한 바 있다.

초기 5G는 NSA방식으로 4G LTE망과 5G망을 융합해 쓴다. LG유플러스는 4G LTE망과의 연동 효율을 고려해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화웨이 통신장비는 국내·외 장비업체에 비해 가격이 20~30% 저렴한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국내 여론은 여전히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정보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어제(9일)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화웨이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에 대한 정부의 제재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이 청원 작성자는 “미국, 호주 등 각 국가에서 화웨이 5G 장비를 쓰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 일본도 이에 합세했다”며 “코앞에 이익 밖에 생각을 안 하는 건지, LG유플러스 등 화웨이 장비를 쓰는 기업에 대한 법적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드 보복으로 이미 중국에 신뢰가 어긋난 국민들은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사실 회사 입장에선 ‘득’이다. 값이 저렴한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해 5G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LG유플러스의 IPTV 사업 또한 3사 중 가장 실적이 돋보인다.

LG유플러스의 올 3분기 IPTV 수익은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인 253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1.5%의 증가세를 보였다. 홈미디어 수익은 작년 동기 대비 15% 상승한 517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IPTV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390만8000명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로 이 같은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 등 외국 콘텐츠의 유입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에 있을 충격도 당연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해외자본이 국내 시장이 들어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할 경우, 프로그램 제작·방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요소 시장이나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 시장에 일정한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넷플릭스 유입으로 유료방송 시청자를 뺏기거나 OTT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건 과장된 것 같다. VOD 시청은 이와 상관없이 증가 추세며, 넷플릭스 출현으로 인해 콘텐츠 제작 등 대가 산정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 등 문제로 전 세계적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넷플릭스 등 외국 콘텐츠 유입을 막을 수 없다면 콘텐츠를 수입하는 것만이 아닌, 수출도 열어놓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둘러싸여 있어 LG유플러스는 화웨이 통신장비 보안 우려에 대해 공식적으로 소명하진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안전보장을 이유로 자국 정부기관에 화웨이·ZTE 제품 이용을 금지토록 하고,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에게도 이에 동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은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건설 참여를 배제한 상황이다. 추후 미국이 한국에도 이 같은 동조를 요청할 경우, 국내 통신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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