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2000억원 중간배당…순이익 70% 해외로 유출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미국계 생명보험사인 라이나생명의 수천억대 고배당을 이어가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에 외국계 생보사들을 통해 최근 5년 동안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자 국부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은 지난달 초 2018년 중간배당금으로 총 200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이 돈은 라이나생명의 100% 지분을 소유한 외국계 대주주 시그나 체스너트 홀딩스에 고스란히 흘러들어갔다.

이번 중간배당은 지난해 총 배당(1200억원)에 비해 무려 800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2016년에도 총 1500억원을 배당하는 등 3년간 무려 50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라이나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 2867억원을 기록했는데,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70%에 달하는 돈을 본사로 배당했다. 지난해 외국계 생보사들의 배당 성향은 평균 36.3%를 기록했다. 배당 성향은 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라이나생명이 지난달 초 실시한 중간배당은 외국계 생보사 평균 배당 성향보다도 약 2배 이상 높은 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참고로 지난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토종 빅3 생보사들의 배당 성향이 21.6%였다.

라이나생명의 높은 배당 문제는 그간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이다. 특히 과거부터 수차례 고액 배당을 실시해 본사로 송금했음에도 고용 창출 등 국내 재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본사 송금은 통상 이익금과 전산 이용료 등 위탁수수료, 광고비 등 본점 경비, 상표 이용료, 자문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이해할 수 없는 명목으로 본국에 돈을 보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부 유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이번 중간배당금은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늘어난 점이 반영된 것”이라며 “배당을 실시한 후에도 자본건전성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라이나생명을 비롯한 외국계 생보사들의 최근 5년 간 최대주주 대상 배당금 규모는 총 9736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055억원 ▲2014년 1450억원 ▲2015년 2350억원 ▲2016년 2293억원 ▲2017년 2747억원이었다. 합산하면 5년 간 1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국부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금융당국도 수년 전부터 보험사들을 향해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고 이익의 내부유보를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배당이 늘어날수록 각종 충당금이나 자기자본으로 활용할 사내유보금이 감소하면서 건전성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부유출이라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전반에서 외국계 금융사의 약탈적 본사 송금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무분별한 본사 송금을 막기 위해 이익의 일정 부분을 국내에 재투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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