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업무오찬을 한 뒤 산책하고 있다. 2018.06.12./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미국이 지난 6일(현지 시각) 대북재제 해제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10일(현지 시각) 북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인권제재 카드를 꺼내 들면서 ‘밀당’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 시각) 발표한 ‘북한의 심각한 인권유린과 검열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최룡해와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등 개인 3명을 비롯한 09그룹, 118 그룹, 114그룹 등 기관 3곳을 북한의 심각한 인권유린과 검열을 지시한 책임자로 선정했다.

그러면서 이날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오늘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에 책임있는 3명을 제재대상에 추가했다"며 "북한의 인권 유린은 세계 최악"이라고 덧붙였다.

이 중 특히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은 북한 권력 2인자로 알려져 더욱 파장이 크다.

게다가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현지 시각) "성과를 거두면 제재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를 통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봐야 할 것은 성과(performance)"라며 이같이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2차 정상회담에서 주려는 것"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위해 문을 열어놨고, 북한은 그 안으로 걸어 들어올 필요가 있다"고 회유에 나섰다.

특히나 볼턴은 '1년 내 비핵화' 등을 이끈 미국 내 강경파로 유명하다.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강연 등에서 대북 선제 폭격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물이 어떻게든 제재 해제 단어를 거론한 것은 북한을 향한 적극적 신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는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 관련해 백악관 핵심부에서도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춘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최룡해 등 3명이 제재 대상에 오르고 미국이 북한 인권을 정조준하면서 미국의 알쏭달쏭한 행보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확실한 비핵화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주목할 점은 이번 인권 관련 제재의 시점이다. 기존 제재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북·미 관계가 살얼음 판을 걷는 상황에서 언급 돼 왔다.

이번 인권제재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이다. 이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번 대북 제재가 단순히 인권 문제를 넘어 북미 관계 관련 미국의 대북 압박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아울러 세계 인권의 날에 특히나 북한에 대한 보고서와 제재만 나온 것은 심상치 않다. 현재 미국 정부가 가장 주력하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이다. 이에 현재까진 제기하지 않은 인권을 협상의 시작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이에 대해 북한 노동신문은 11일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미국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미·북 정상회담) 정신에 배치되는 극악한 적대행위”라고 칭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개인 필명 논평에서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 등을 인신매매희생자보호법에 따라 내년 회계연도 특정 자금지원 금지 대상으로 재지정한 조처를 비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동신문은 또 "앞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적대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확약하고 돌아서서는 대화 상대방의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헐뜯으며 제재압박 책동에 광분하는 미국의 이중적 처사가 내외의 비난과 규탄을 자아내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미국은 다 깨어져 나간 반공화국 인권 모략의 북통을 아무리 두드려대야 망신밖에 당할 것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하루빨리 대결과 적대의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 선전 매체인 '메아리'도 이날 미국의 인권을 힐난했다. '메아리'는 '노예무역으로 살 찐자들이 두드려대는 인권 북통'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의 인신매매 범죄는 그 뿌리가 깊다"라며 과거 미국의 노예 제도 등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