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KT 일방적 통보로 2차 피해 더 가중"
KT "위로금 접수 받은 뒤 최종 결정"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0일 서울 충정로역 'KT 불통 피해 소상공인 신고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피해복구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법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다.”

어제 발표된 KT의 소상공인 대상 화재피해 보상안을 두고 KT 내부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정확한 산정 기준이 없는 위로금 지급 등 보상 대책에 대해 소상공인 등 피해자들이 KT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보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KT로 인해 오히려 2차 피해가 더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11일 “이번 KT의 위로금 지급 발표는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조치”라며 “피해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과 사과, 어떠한 위로도 없었다. KT는 이 문제를 안일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은 지난달 24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 ‘KT 불통 피해 신고접수 천막센터’를 설치한 뒤 피해신고를 접수 받고 있다.

앞서 KT는 전날(10일) 오후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 보상안을 내놨다.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16일 만이다.

KT는 주문 전화 또는 카드결제 장애로 불편을 겪은 소상공인에게 위로금을 지급키로 했다. 보상금이 아닌 위로금이라는 대목에서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위로금 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반쪽짜리’ 대책이란 지적이다. KT는 화재로 인한 매출 피해 금액을 위로금 산정에 반영할지 여부도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일단은 피해 사실을 접수받은 다음,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차등 지급 여부에 대해서도 쉽게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KT의 위로금은 내년에나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달 12~26일까지 서울 서대문구청, 마포구청, 은평구청, 용산구청, 중구청 등 관내 주민센터(68개소)에 직원을 상주시켜 피해 사실을 접수 받는다.

특히 KT는 위로금 지급 대상을 ‘연 매출 5억원 이하 소상공인’으로 제한했다. 그중에서도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의 범위는 사업자등록증 소지자다.

영세상인의 경우, 사업자등록을 따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영세 소상공인일수록 심각하게 매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사업자등록증 여부로 위로금 지급을 제한한다는 것부터 KT가 소상공인의 피해를 얼마나 공감 못하고 있는지, 성의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KT의 사고 후속대책에 대한 진정성 여부다. KT는 조속한 사고 수습과 함께 캠페인 등을 펼치며 피해보상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금전적 보상에 앞서 KT의 진심 어린 사과, 그리고 위로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보상안도 피해 소상공인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보상 이전에 제일 중요한 건 피해를 입힌 당사자로서 그 지역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현장에 나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라며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사과를 하고 그 이후에 구체적인 대응방법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태풍 등 자연재해뿐만이 아닌 이번 통신대란도 재난으로 분류되는 만큼 피해자들은 물질적, 심리적 고통을 입었다”면서 “사람들은 처음 피해뿐 아니라 그 이후 대응에서도 2차 피해를 입는다. 일방적인 통보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 KT의 무성의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들은 현재 피해 금액을 증명하기 어려운 영세소상공인 등을 위해 KT와 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반면 KT 측은 “기업 입장에서 임의로 조사단을 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지역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 밖에 KT는 기존 발표와 같이 유무선 가입고객 대상 1개월 이용요금 감면과 함께 화재로 소실된 동케이블 기반 유선서비스 가입자에게 최대 6개월치 요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동케이블 기반 인터넷 이용고객은 총 3개월, 동케이블 기반 일반전화 이용자는 총 6개월의 요금이 감면된다.

감면금액은 최근 3개월(8~10월) 사용요금의 평균치로 산정되며 감면기간(1·3·6개월)에 따라 산정요금을 매월 감면하는 방식이다. 즉, 요금 감면 보상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최대 6개월간 KT 상품을 지속 이용해야 한다. 이를 두고도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KT 관계자는 소상공인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접수를 받은 뒤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올 것 같다”며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는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상공인에 대한 위로금 지급은 법적으로 어떤 근거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위로금 산정과 관련해 법적 기준점이 없다는 의미인지, 또는 법적 책임이 없지만 도의적으로 하는 것이란 의미인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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