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최근 대장균 검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런천미트’ 제조사인 대상이 전 제품 적합 판정을 받아 생산·판매를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핏 이물질 혼입 기업이란 오명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선 꽤 그럴싸한 결과다. 하지만 내막은 다르다.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는 멸균 통조림 햄 제품에서 세균이 검출됐다는 식약처 공지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후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중단·회수를 명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안전을 우려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순식간에 죄인 신세로 전락한 대상은 즉시 사과문을 냈고, 통조림 햄 전 제품에 대한 생산·판매 중단과 함께 환불에 나섰다. 동시에 식약처에는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재검을 의뢰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 기간 식약처는 이렇다 할 원인 규명은 커녕 무려 3회에 걸쳐 입장 번복을 거듭하기 일쑤였다. 이로 인해 한 기업의 브랜드 가치엔 상처만 남긴 꼴이 됐다.

브랜드 가치는 기업의 이미지·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더욱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품업계에서 기업에 대한 신뢰는 곧 매출을 예측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식약처의 섣부른 판단은 기업 내 매출 손실은 물론 20년 가까이 지켜온 기업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것과 같다.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계속된 질타에 결국 전문가 의견을 덧대 입장발표가 이뤄졌다지만 제품을 만든 곳도, 검사를 실시한 곳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뻔한 결론뿐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님 말고 식’ 화법으로 대응전략만 모색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미 식약처로 하여금 대상이 입은 물질적 피해는 상당하다. 현재까지 환불 접수된 제품만 무려 19만5000여개. 애초 회수 대상 제품은 11만4012개였지만 문제가 되지 않은 제품의 환불까지 밀려들며 결국 대상은 지난달 23일 판매 중단 조치를 받은 제품을 제외, 환불 접수를 종료했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제품의 환불 조치를 더 이상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피해를 입은 건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반복되는 먹거리 위생 문제로 민감해진 소비자들 역시 이번 식약처 발표에 누구보다 귀기울이고 있던 터다. 이러한 상황 속 단순 ‘원인불명’이란 결론은 오히려 불안만 더 가중시킨 셈이다.

식약처는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제대로 된 위생 검역을 행할 의무가 있다. 자칫 섣부른 판단에 따른 뒷감당은 고스란히 기업과 소비자에게로 돌아간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대안책을 마련해야만 떨어진 신뢰 회복은 물론 지겹게 따라붙는 ‘논란 제조기’·‘무사안일’ 등의 수식어를 떼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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