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미래에셋대우, 인력감축…업계 전반으로 확산 조짐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증권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대내외 불안정성 지속과 실적악화 등으로 인해 업계 전반으로 인력감축에 나선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임직원 약 3100명인 KB증권은 오는 12일까지 43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31개월분 급여와 지원금 30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 KB투자증권과 통합하고 나서 처음 이뤄지는 희망퇴직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올해 들어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4600명의 인력에 대해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회사와 내년 임금 등을 놓고 단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은 지난달 “회사가 점포 30% 감축 계획을 밝혔다”며 감원 반대 성명을 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통합법인 출범 이후 꾸준히 지점을 통폐합하며 몸집줄이기를 해왔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개 지점을 줄인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천안, 부산, 분당 등에서 인접한 점포 9개를 통폐합했다.

올해 들어서만 약 20개의 점포를 통폐합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상반기 180개에 이르던 지점수가 현재는 145개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임직원도 100여명 이상 감축했다.

증권업계는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실적악화, 또는 규제강화나 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가 주요 요인”이라면서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된다면 중소형사도 인력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들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9576억원으로 2분기보다 2882억원(23.1%) 감소했다.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과거 호황기에 이뤄진 대규모 채용에서 비롯된 ‘역피라미드’ 형태의 인력 구조가 보다 근본적인 인력감축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1997년 말 IMF가 터지기 전 금융권 최대 호황기에 인력을 대거 뽑았고, 20여년이 지난 현재 이들이 퇴출 대상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가 뿐만 아니라 은행, 카드, 보험 등 금융권 전 업종으로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쳤다”면서 “내년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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