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에도 역대 최대 실적…3분기 누적 이자이익 ‘3조원 돌파’

서울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당국의 규제에도 아랑곳 않는 ‘이자장사’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1∼9월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저축은행들의 이자이익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3분기까지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8513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5억원(3.6%)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역대급 실적 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 총자산은 66조2674억원으로 지난해 말(59조7066억원)보다 6조5608억원(11.0%) 증가했다. 대출금, 현금·예치금 및 보유 유가증권이 늘어난 영향이다.

자기자본은 7조5146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7840억원)보다 7306억원(10.8%) 늘었다. 순이익이 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54%로 0.24%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에 대한 BIS 규제 비율인 7∼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실적은 단연 ‘이자장사’에서 비롯됐다. 특히 SBI·OK·웰컴 등 국내 3대 저축은행이 올 3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이자수익을 기록하는 등 서민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대 저축은행 합산 3분기 누적 이자수익은 1조2310억6900만원으로 전년 동기(1조588억5500만원) 대비 1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가계대출 총량규제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굳건했다”면서 “이는 정부의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로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부의 대표적 대출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린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은행권에 DSR 규제를 대출 관리지표로 강제했다. DSR 규제를 통해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계산해서 합계가 연 소득의 70%를 넘으면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90%를 초과하면 사실상 거절하도록 강화됐다.

고금리로 인해 울상인 서민들을 등지고 한쪽에서는 ‘역대급’ 실적잔치가 계속되자 당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와 당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올해까지는 규제 영향이 미미해 높은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계 및 기업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대출자의 신용등급이나 상환 능력을 엄밀히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고금리를 부과한 사례는 없는지 관리·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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