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선수 심석희가 17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에서 선수들을 상습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의 재판에 증인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12.17./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심석희(21·한국체대)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조재범(37) 전 국가대표 코치의 상습 폭행 사실을 폭로한 가운데 17일 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심씨는 지난 17일 오후 3시께 수원지법 형사 4부(문성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코치의 상습폭행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피고인과 마주쳐야한다는 두려움으로 법정에 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도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진실을 밝히고 피고인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힘들게 출석했다”고 전했다.

이날 심씨는 “피고인을 처음 만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겪었고,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 뼈가 부러졌었다”면서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강도가 심해졌고, 나 말고도 다른 선수들은 고막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을 20일 남겨둔 시점에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신체 여러 부위를 집중적으로 맞아 뇌진탕 상해를 입었다”며 “시합 도중 의식을 잃고 넘어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입장을 말했다.

폭행을 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특정 선수로 인해 맞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선수보다 못해야 하는데 기량이 올라가면 폭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 전 스케이트 날을 다른 것으로 바꿔 경기력을 떨어뜨리거나 폭행해 성적을 낼 수 없었다”면서 “특정 선수를 밀어주기 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심리적으로 억압돼 있어 저항하거나 주변에 알리지 못했고, 주변에 알리면 선수 생활은 끝난다는 식으로 세뇌당했다”라며 “현재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씨는 “피고인에 강력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 문화의 뿌리를 뽑아야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아울러 빙상연맹의 비리를 강력히 조사해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앞서 조 전 코치는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석희 등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적으로 때린 혐의(상습상해 등)로 기소돼 올해 10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 사건은 심씨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폭행을 당해 진천선수촌을 이탈하면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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