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간 항공 재보험 경쟁자 진입 차단…‘갑질’까지 일삼아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반항공 재보험시장에서 ‘갑질’을 일삼던 코리안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76억원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국내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혐의로 코리안리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7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코리안리는 항공 재보험 시장에서 점유율 90%에 달하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국내 대표 재보험사다. 코리안리는 이를 이용해 지난 1999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무려 20여 년 간 모든 손해보험사가 자신하고만 거래하도록 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를 받았다.

일반항공보험은 구조·산불 진화·레저 등에 이용하는 헬리콥터나 소형항공기가 드는 보험이다. 국내 일반 항공기 380여대는 국내 11개 손해보험사를 통해 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290억원이다.

다만 이 분야는 사고가 나면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가 크기 때문에 재보험이 필수적이다. 재보험이란 보험 보상 책임을 다른 보험사에 넘겨 위험을 분산하는 보험을 말한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손해보험사들과 1990년부터 재보험 특약(공정위의 특약서 확보는 1999년도 이후)을 맺어 독점적 거래구조를 유지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코리안리는 특약에서 벗어나려 한 손해보험사에는 보험 관련 조달청 입찰 컨소시엄 참가 지분을 줄이도록 하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재보험사와 국내 손해보험사의 거래를 중개한 한 보험중개사 담당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청하는 등 ‘갑질’을 하기도 했다

코리안리의 이러한 행위로 국내 일반항공보험과 재보험 시장의 경쟁이 크게 제한됐다. 특히 잠재적 경쟁 재보험사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봉쇄했고, 경쟁 수준보다 높은 보험료율이 형성됐다.

코리안리가 제시하는 요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최종 소비자가 보험상품을 비교·선택할 기회가 차단된 것이다.

공정위는 코리안리에 과징금 76억원을 부과하고, 각 손해보험사와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특약 거래조건을 개별적으로 협의해 향후 3년간 재보험·재재보험 거래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제재는 장기간 폐쇄적 거래구조를 유지해 최종소비자의 희생으로 이윤을 얻은 독점사업자인 코리안리의 남용행위를 제재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도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리안리 관계자는 “내달 중순 공정위로부터 공식 의결서를 전달받으면 행정소송 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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