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 발코니를 따라 함께 걷고 있다. 2018.6.12./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북한과 미국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유엔에서 채택한 것을 두고 긴장상태다.

유엔총회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본회의를 통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앞서 지난달 15일 유엔총회 인권담당인 제3위원회에서 컨센서스(전원합의) 통과됐다. 북한인권결의안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건 올해가 5번째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에 대해 얼마나 차가운 시선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제 북한 인권이 올해 들어 큰 변화를 겪지는 않은 만큼, 결의안에서도 그간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의안은 "북한에 오랜 기간 그리고 현재도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모든 정치범 석방, 인권침해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규명 등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결의안은 '가장 책임 있는 자'와 '북한 지도층'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겨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환영한다”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긍적적인 언급이 새로 추가됐다.

남북이산가족 관련해서도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에 주목하고, 2018년 8월 남북 이산가족상봉 재개를 환영한다"며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북한의 인권을 압박하는 결의안에 대해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결의안에 언급된 인권침해 사례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몇몇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인 일본이 인권을 언급하는 것이 놀랍고 우려스럽다"며 결의안 채택에 크게 가담한 일본을 겨냥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16일에도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미국이 대북 제재·압박과 (북의) 인권을 문제 제기한 것에 반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현 조미(북미)관계는 싱가포르조미(북미)공동성명을 성실히 리(이)행해나가려는 수뇌분들(정상들)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그러나 이러한 정세흐름에 역행하여 미국의 악랄한 대조선적대행위들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데 대해 나는 아연함과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는 담화를 통해 "쌓이고 쌓인 조미(북미)사이의 대립과 불신, 적대관계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위협과 공갈, 압박이 문제해결의 방도로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리치(이치)"라고 밝혔다.

또 그는 “조선반도 비핵화에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수위 높은 경고를 강조했다.

특히나 이번 담화는 지난 달 권정근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이 담화를 낸지 한달여만에 또다시 내놓은 담화로, 북한이 인권 문제를 두고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권정근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로 발표한 글에서 북한의 거듭된 제재 완화 요구에도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병진노선이 부활할 수도 있다고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외무성 실장의 담화에 미국 국무부는 “비핵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차원에서 한 약속”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약속들이 지켜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북한을 향해 은근한 압박을 드러내면서 비핵화 진전과 제재조치 완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한편 북한과 미국이 인권 결의안으로 갈등하는 것과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특별히 언급드릴 사안은 없지만 아다시피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선순환 구도 속에서 진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남북관계와 비핵화를 선순환적으로 진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일환으로 남북관계 부분도 지금 해나갈 수 있는 것들을 합의해서 차질없이 해나가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비핵화 북미관계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미 간에도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북미관계 등에 있어 속도감 있게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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