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 요구해 입막음까지…비난 봇물

아고다를 이용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아고다 홈페이지 갈무리

[월요신문=최은경 기자] 글로벌 숙박 사이트에서 최근 환불 정책 및 서비스와 관련해 불만사항 등 소비자 피해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체들이 ‘사이다’ 수준의 적정 안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상태다. 

아고다로 인해 휴가를 망쳤다고 호소하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공개됨과 동시에 이 같은 내용의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피해 고객에게 숙박비의 10배가 넘는 보상금을 제시하며 언론 보도 금지 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온라인으로 해외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인 ‘아고다’ ‘부킹닷컴’ 등 환불불가 약관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바 있다. 

시정명령을 받고 60일 이내에 따르지 않으면 검찰 고발이 이뤄진다. 이 같은 정부 일침에 해외 호텔예약사이트의 횡포가 개선될 지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 “최악의 여행” 소비자 분통

KBS는 지난 17일 김씨 가족 일화를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가족과 함께 지난달 말레이사 쿠알라룸푸르 여행에서 ‘최저가’를 내세운 해외호텔 예약 사이트 아고다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가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출국 사흘 전 호텔로부터 이메일을 받으면서부터다. 해당 메일에는 호텔 총괄자가 방을 임대하지 말라는, 즉 김씨 가족이 방을 임대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 김씨는 아고다 측에 연락을 취했고, 아고다 측은 예약을 변경해줬다. 덕분에 김 씨 가족은 예정대로 출국했다. 하지만 김씨는 현지에 도착한 호텔 측으로부터 예약이 불발돼 같은 아파트의 레지던스를 다시 예약했는데, 현지에서 방이 없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 큰 문제는 현지 호텔 측에서 당초 아고다에 현장 투숙객은 받지 않을 테니 상품 목록에서 내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고다 측은 “알겠다”고만 답변하고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예약한 숙소가 사라졌지만 아고다 측은 또 다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김 씨 가족들은 임시 게스트 하우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 

이후 김씨 가족은 다시 아고다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황당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 김씨 가족은 이미 투숙 완료 처리가 돼 있었던 것. 아고다 측은 숙박비 외 다른 손해배상은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더욱이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싱가포르의 아고다 본사 측 태도가 돌변, 원래 보상하려던 금액의 10배를 줄 테니 언론 보도 금지 각서까지 쓰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사진만 번듯하고 실제 예약한 방 가면 최악이다”, “아고다 정신 못 차렸네”, “한국소비자 우롱하나 어이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고다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사 측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내용이 확인 되는 대로 입장을 알려드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숙박 사이트 피해 고착화(?)

문제는 이번 아고다 의혹과 같이 소비자 피해에 ‘나몰라라’하는 식의 배짱을 부리는 글로벌 숙박 사이트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부킹닷컴이나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숙박 사이트를 국내 소비자들이 활발히 이용하면서 시장도 급속히 확대‧발전했지만 소비자 불만과 피해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해당 업체 4곳의 사이트에 대한 피해구제 요청은 2015년 54건에서 지난해 130건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 소비자는 부킹닷컴을 통해 필리핀 세부 소재의 호텔 예약과 관련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예약 당시 고지된 최종 결제금액(21만8809원)보다 많은 숙박요금(27만500원)이 결제됐다. 이에 부킹닷컴에 예약 취소 및 환불을 요청했으나 부킹닷컴은 환불불가 상품임을 이유로 이를 거부해 분개한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익스피디아 또한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최저가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가 돌연 ‘예약 강제 취소’ 메일이 날아오면서, 소비자들이 낭패를 보게 된 사건도 있었다. 당시 “뒤늦은 통보로 인해 여행 스케줄을 망치고 금전적 손해까지 보게 됐다"는 소비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소비자원은 글로벌 숙박 사이트에서 객실 가격을 비교‧선택할 때 △환불 및 변경 가능여부 △무료 취소기한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처럼 온라인을 매개로 한 숙박업체들이 무책임한 영업 행태를 보이면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되고 있는 현실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유사시 업체 처벌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 보호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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