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성적표, ‘낙하산 인사’ 발목…후임 대표이사 홍재은 내정

NH농협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NH농협금융>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던 NH농협생명이 서기봉 대표의 교체를 결정했다. 농협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지난 2017년 1월 취임한 서기봉 대표는 농협생명 수장의 자리를 2년 만에 내려놓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 한차례 연임에 성공한 서 대표가 올해도 거듭된 실적 부진을 겪자 교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당초 관측대로 NH농협금융은 변화를 택했다.

실제로 NH농협생명의 실적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501억원)이 지난해 상반기(658억원)와 비교해 23.8%가량 감소했다. 올 1~3분기까지는 26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데 그치며 전년 동기(951억원)보다 무려 71.8% 줄어든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는 올해 일만이 아니다. 서 대표의 교체 배경은 서 대표 취임 전과 후의 실적 변화를 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서 대표 취임 전인 지난 2016년 NH농협생명은 15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취임 첫해인 이듬해 86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어 취업 2년차인 올해 9월까지는 2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취임 전과 비교해 2년 새 무려 6분의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또한 서 대표는 취임 당시부터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논란도 주요 교체 배경으로 꼽힌다. 서 대표는 1986년 입사한 이후 줄곧 농협은행에서만 근무했고, 이 때문에 보험업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특히 같은 전라남도 출신인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NH농협금융 내부에서도 중앙회장의 ‘인사 전횡’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에 ‘농협’ 브랜드 명칭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최근 문제가 됐다. 농협생명이 명칭 사용료로 중앙회에 주는 금액은 2015년 302억원, 2016년 496억원, 2017년 526억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농협생명에게 경영유의 2건과 개선사항 20건 등을 통보하면서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 사용료를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서 대표는 취임 후 농협중앙회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속적으로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NH농협금융>

한편, 서 대표의 교체 배경에 ‘실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만큼 후임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농협생명 대표이사에는 홍재은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이 선임됐다.

홍 내정자는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PE단 단장, 농협은행 자금부 부장을 거쳐 지난해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을 역임했다. 금융시장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다졌고, 우수한 시장 통찰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홍 내정자가 향후 농협생명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영체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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