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규제에 에너지·가전·車 연계물량 전방위 타격
수직계열화·가전사 독점지위 강화 등 내부 문제 불거져

포스코 광양제철소. / 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지난 5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철강쿼터를 발동하면서 무역 장벽의 서막을 열었다. 무역장벽은 EU, 캐나다로 이어졌고, 국내 업체들의 판로 축소 우려가 커졌다. 내부적으로는 상위의 영업이익 독식, 수직계열화, 구매자 독점지위 강화 등 구조적 문제가 노출되기도 했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철강업계는 미국발 무역장벽 여파, 국내 철강산업 내부의 구조적 문제 악화 등이 불거진 한해였다.

최대 이슈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1일부로 한국산 철강제품의 미국 수입량을 직전 3년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철강 쿼터제’를 발효하면서다.

미국의 무역장벽 여파는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왔다. 철강재의 대규모 유입을 우려한 유럽 캐나다, 터키, 인도 등은 세이프가드 조치를 단행하거나 검토했고, 에너지용 강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판로 전면적으로 막히는 일도 발생했다.

산업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불거졌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빅2의 영업이익 급증이 이뤄진 반면 중소 철강사들의 실적은 악화됐다. 철강재 가격인상의 수혜를 쇳물 생산 업체들이 독식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보면 포스코는 영업이익 1조5311억원을 달성, 연결재무제표 기준 7년래 최대실적을 만들어 냈다. 현대제철 역시 같은 기간 37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동국제강, 세아제강 지주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줄었다. 동국제강의 3분기 영업이익은 5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줄었고, 세아제강지주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2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현대제철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에서 추진하는 자동차 부문 ‘철강 수직 계열화’는 세아그룹에 타격을 줬다. 현대제철이 계열사의 자동차용 특수강을 독식하는 구조를 조성하면서 그간 독점적 지위를 노리던 세아베스틸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졌다. 세아제강은 중소 제조업체 동아스틸을 인수해 중소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시장인 구조관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의 수입 쿼터가 자동차, 가전용 물량 등에 전방위 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의 판로가 특정 업체로의 편중되는 경우가 커졌다. 판로를 확보하지 못한 철강사들은 실적 부진, 공장가동률 확보라는 숙제를 떠않게 됐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철강사들의 내부적 숙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사급 단가의 가격 협상을 개별 업체별 협상으로 변경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맞춰 결정하던 단가 협상 방식을 지난 8월 중단했고, 마땅한 대안처를 찾지 못한 협력사들은 현대차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대비 10만원 이상의 소재 가격이 인상됐지만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역시 독점적 수급자로서의 지위 활용이 늘었다.

가전용 강판은 해외 수출 길이 한정된 반면 업체들의 생산능력은 급증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가전사들의 협상력이 강화됐고, 올 들어 추진된 철강사의 가격인상 시도가 모두 불발됐다. 일부 업체들은 가전용 물량을 축소하거나 판매하지 않는 등 물량 포기 현상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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