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덮친 채용비리 파문…악재 속 역대급 실적, 워라밸 문화 확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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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 한해 금융권은 채용비리 여파로 1년 내내 몸살을 앓았다. 금융지주 회장이 재판에 불려 다니는가 하면, 채용비리 사태로 인해 은행권 필기시험이 10년 만에 부활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출금리 조작, 대출규제 강화,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주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 등 금융권은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여러 악재 속에서도 은행권은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2018년을 ‘불행 중 다행’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하반기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대출규제 강화와 채용비리 파문은 내년까지 안고 가야할 과제로 남았다. 2018년을 마무리하면서 은행·보험 업계의 주요 5대 이슈를 되짚어 보았다.

◆ 금융권을 덮친 ‘채용비리’ 파문

지난해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 파문이 올해 들어 금융권 전체를 덮쳤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현직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한은행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면서 채용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년간 행장을 맡았다.

하나은행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사원 공채 당시 지인인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류전형 이후 합숙 면접에서는 자신이 인사부에 잘 봐주라고 했던 지원자들이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으면 이들을 합격시키라고 인사부에 지시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이른바 ‘VIP 리스트’를 관리하며 최고경영진의 친인척 등에 특혜를 제공하는 등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자, 업계에서는 “가장 공정해야 할 은행에서 가장 불공정한 성차별·권력형 채용비리가 발생했는데, 검찰은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채용비리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올 하반기 금융권 취업시장에서 은행권 채용필기 시험인 ‘은행고시’가 10년 만에 부활했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지금까지 계속 필기시험을 진행해왔던 KB국민은행을 포함,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필기시험을 진행했다.

◆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제3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기대

문재인 정부의 규제혁신 1호 법안인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상한을 기존 4%에서 34%까지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카카오와 KT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다각화 길이 활짝 열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해 대주주들과 은행 설립 준비 과정에서 카카오와 KT가 은산분리 완화 이후 은행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하는 주주간 지분 매매 약정을 각각 체결한 바 있다.

또한 2020년 상반기 중에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최대 2곳 신규 출범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방안을 발표했다.

본인가 일정과 전산설비 구축 등 절차를 감안할 때 2020년 상반기 중에는 제3, 혹은 제4의 인터넷은행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법령상 인가 심사기준을 기본적으로 적용하되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를 고려해 대주주 및 주주 구성계획을 점검해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한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와 KT도 인터넷은행법 시행에 따른 지분 확대(최대 34%)를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양사 모두 지분 확대 의사를 밝힌 만큼 인터넷은행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17일 직후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사 모두 5년간 부실금융기관 등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법 조항이 발목을 잡고 있다.

◆ 주52시간 근무제 선제 도입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계는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주 52시간 근무제에서 1년 유예를 받았다. 따라서 내년 6월까지 도입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금융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발 앞서 관련 준비에 들어갔다.

PC오프(off)제(지정된 시간이 되면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시스템)와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바람을 확산시킬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업계가 일반 제조업과 다르게 개인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나 보너스 등이 결정되는 구조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시간을 조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리서치부서나 해외 관련 부서, 영업부서 등은 근무 시간을 놓고 예외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과 개인시간의 균형을 위한 제도 자체의 목적에는 대부분 공감했다. 다만, 정부차원에서 증권사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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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계대출 사상 최대 기록…대출 규제 나선 정부

지난달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정부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7월부터 상호금융권 가계대출에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도입하는 등 비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여기에 10월31일부로 은행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됐다.

DSR은 대출을 신청 가구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를 연 소득과 비교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전세대출 등 모든 가계 대출에 적용된다. DSR 규제는 거의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계산해서 합계가 연 소득의 70%를 넘으면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90%를 초과하면 사실상 거절하도록 강화됐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신용대출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은 9·13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DSR 관리지표 도입방안이 맞물린 결과로 은행권은 해석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규제 적용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9·13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꽉 막혀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DSR 관리지표화로 신용대출마저 막힐 가능성마저 제기돼 일단 신용대출을 받아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은행권 DSR 시행이 안착되고 제2금융권에도 DSR 관리지표가 차질없이 도입되도록 준비하겠다”며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에 나선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의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 악재 속에도 11년 만에 최대 실적 기록…‘이자장사’ 비판 면치 못해

올해 3분기 은행권 실적이 역대 3분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에만 이자이익으로 10조2000억원으로 벌어들였다. 이자이익은 지난 2분기에 10조원대에 처음 올라선 이후 3분기에 규모를 더 확대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국내은행의 영업실적을 보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누적기준으로 2007년 13조1000억원 이후 최고치다. 은행들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호(好)실적으로 기록됐던 지난해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인 11조2000억원보다도 1조 이상 늘어났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급강하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내수기업인 은행들이 큰돈을 벌어들이는 데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 은행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벌인 ‘이자 장사’를 기반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은행권의 실적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올해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이자로 수익을 올려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자이익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사회공헌에는 인색한 모습까지 보이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은행권 수익이 은행권내에서만 향유되는 것이 아니냐는 사회전반의 비판적 인식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은행권을 질타했다.

최 위원장은 “은행권이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신뢰와 함께 영업기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위도 은행권 사회공헌활동이 적극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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