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무산…GBC 착공도 내년으로
수입차 판매 호조…판매 1위 '벤츠' 수성

자료사진./사진 = 르노삼성자동차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대형 악재 속에 한 해를 보냈다. 연초 심각한 경영위기가 이어졌던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로 업계에 충격을 줬고, 올해 수입차 판매 1위 탈환을 향해 달리던 BMW는 주행 중 화재란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현대·기아차는 심각한 실적악화로 연중 위기가 이어졌다.

생산량부터 급감했다. 2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 11월까지 총 367만1784대에 그쳤다. 세계 '빅 5'에 이름을 올렸던 한국 자동차산업이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올해 멕시코에 치이며 7위로 하락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자동차 수출량이 급감한 것이 원인이다. 올해 1~11월 자동차 수출량은 222만9733대로 전년 동기보다 5.2%나 감소했다. 8년 만에 연간 250만대 수출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량(1~11월 기준)은 총 140만6680대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와 그랜저가 돌풍을 이어가면서 이미 지난해 판매량(63만5578대)을 넘어선 65만6243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44만800대를 기록해 성장세가 이어졌다.

쌍용차는 렉스턴스포츠 호조세와 티볼리·G4렉스턴의 선방으로 9만8484대를 판매하며 업계 3위를 확정했다. 한국GM은 전년 동기 대비 31.2% 줄어든 8만2889대를 판매했다. 스파크 중심의 판매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심각한 경영적자가 예상된다.

강력한 신차 없이 한해를 마친 르노삼성은 지난 11월까지 7만956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수치다. 소형차인 르노의 클리오, 상용차인 르노의 마스터를 수입·판매했지만, 올해 실적에 별 도움을 받진 못했다.

수입차 업계는 호조세를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누적 24만255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보다 13.0% 늘어난 수치다.

판매 정지 상태였던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돌아오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결과다. 올해 수입차 판매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미 6만4325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지만 강력한 대항마인 BMW 판매가 급감해 독주 중이다. BMW는 주행 중 화재 이슈에도 9.9% 줄어든 4만7569대나 팔렸다.

3위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가 1만5196대를 팔았고, 폭스바겐이 1만4282대 판매했다. 아우디와 렉서스, 재규어도 경쟁이 치열하다. 아우디는 1만1893대, 렉서스는 1만1815대, 재규어는 1만1000대 팔렸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BMW 연쇄 화재 등 악재 가득
 
올 한해를 달군 이슈로는 한국GM 사태가 첫 손에 꼽힌다. 지난 2월 GM이 한국GM 군산공장 철수를 결정하며 경영위기를 수면 위에 끌어올렸다. 치열한 노사갈등이 반발하며 법정관리 문턱까지 갔다. 다행히 이후 정부와 GM, 노조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경영정상화 단계를 밟게 됐다. 하지만 GM의 갑작스러운 연구법인 분리 추진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다시 노사관계가 틀어졌다.

BMW 차량의 주행 중 화재 사건은 올여름을 강타한 사건이다. BMW가 서둘러 리콜에 나섰지만, 화재 원인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고, 실제 리콜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또 리콜 대상 차량이 아닌 모델에서도 화재가 나면서 BMW가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민간합동조사단이 출범해 BMW 화재 사건을 조사했고 그 결과 BMW그룹코리아의 결함 은폐·축소·늦장리콜 등이 드러났다. 국토부는 이를 이유로 BMW코리아를 검찰에 고발하고 1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행 중 화재로 인한 리콜 규모는 65개 차종, 17만2080대에 달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실패도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딴지를 걸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해외 의결 자문사들이 엘리엇의 주장과 의견을 같이하며 반대 의사를 내놓은 것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했다.

연내 착공이 예상됐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마지막 단계인 수도권정비위원회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것.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을 우려한 정부가 별 이유 없이 GBC 승인을 지연시켰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다행히 지난 19일 국토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실무회의는 GBC 건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5년간 표류 끝에 착공을 앞두게 된 것이다. 현대차는 내년 1월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 통과 후 서울시의 건축 허가 등을 거쳐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복잡하게 꼬였던 실타래가 풀어진 만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수요 성장세 둔화, 보호무역기조 확대 등 자동차 산업의 회복 모멘텀이 부재해 침체 국면이 지속됐다"며 "중동 및 중남미 지역의 경기 불안,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하락, 북미 지역의 재고 조정 효과 여파가 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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