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명진 기자] 연말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8년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있어 격변의 한 해로 기록된다. 바이오업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기업들이 때아닌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이며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리는 가 하면, 제약업계 고질적 병폐인 불법 리베이트 재발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눈에 띈다. 그간 꾸준히 이어온 국내 제약사들의 R&D(연구개발) 투자는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쾌거를 불러왔고, 이런 성과에 힘입어 내년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 분식회계에 이어 리베이트까지 바람 잘 날 없던 제약·바이오 업계를 되돌아본다.

국내 제약사들의 R&D(연구개발) 투자는 대규모 기술수출이라는 쾌거를 불러왔고, 이런 성과에 힘입어 내년도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 처리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의혹,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소식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쏟아지는 의혹에 업체들은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주가 흐름 역시 신통찮은 모양새다.

앞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상장 실질심사를 진행하며 지난달 14일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상장 유지'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가 19일 만에 재개된 바 있다.

거래 재개 후 3일간 주가의 오름세가 이어지는 등 한숨 돌린 듯 보였지만 지난 13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다시 휘청이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까지 포함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정조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법정공방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원은 증선위 제재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결론을 늦어도 2월중에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법적 소송으로 번지며 업계도 긴장의 끈을 붙들고 계속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정황을 포착하고 감리에 들어갔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판매권을 계열사인 셀트리온에 되판 금액 218억원을 매출로 처리하며 올 2분기 영업손실을 숨겼단 의혹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논란으로 바이오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는 이미 악화된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업종에 잇따라 악재가 발생한 만큼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여기에 지난 14일엔 경남제약이 상장 폐지 결정을 받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재개 결정과 맞물려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연이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수사 역시 올 한해 제약·바이오 업계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지난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은 A제약사 본사를 포함한 지점 5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9월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2015~2017년 종결한 제약사 법인통합조사, 병원 대표자에 대한 개인통합조사를 재검토한 바 있다. 그 결과 5개 제약사가 총 27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판단해 식약처에 통보한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A제약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에 관한 혐의 여부를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리베이트 수사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이번 A제약사의 리베이트 규모는 무려 270억원으로 그 중 100억원 대 리베이트 제공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간 정부는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처벌로 ‘리베이트 쌍벌제’를 비롯한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으로 제재해왔다. 이 가운데 투아웃제의 경우 실효성이 없단 지적이 일며 폐지됐고, 그 대안으로 지난 3월 약가인하 연동제가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리베이트 근절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선 무한경쟁중인 제약사들이 생존을 위해 리베이트라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단 동정론도 나온다. 제약사들이 자정 노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리베이트가 제약업계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올해는 제약사들의 기술수출이 돋보인 한해였다. 업계 1위를 자랑하는 유한양행은 지난달 미국계 다국적제약사 얀센(J&J)과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NSCLC) 표적항암제 '레이저티닙(YH25448)'에 대한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통해 얀센은 레이저티닙의 모든 적응증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임상개발, 허가, 생산, 상업화를 진행키로 했다.

GC녹십자 역시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사업은 글로벌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퀘벡주에서 캐나다 법인인 GCBT의 혈액제제 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100만L 규모의 혈액제제 생산능력을 갖춘 이 공장의 준공으로 GC녹십자는 국내외 혈액제제 생산능력이 270만L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미국 FDA 판매허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생산 일정이 확정되지 못한 실정으로, 판매허가가 나면 오창공장에서 생산한 혈액제제를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GC녹십자는 내년도에 해당 자료 보완과 IVIG-SN의 FDA 품목허가 승인 획득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종근당의 경우 유럽에서 진행 중인 자가면역질환치료제 CKD-506의 임상 2상, 미국에서 하고 있는 희귀질환치료제 CKD-504의 임상 1상을 이어갈 계획이며, 대웅제약은 내년 자체개발 보툴리눔톡신인 '나보타'의 미국 출시를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비만·당뇨치료 바이오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 내년도 제약·바이오 산업의 전망은 맑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반년 간 테마감리 이슈로 인해 제약 바이오주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중징계를 피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술 수출 및 회계 투명성이 제고되고 있고, 미국 품목허가 및 파트너사의 임상 진척을 통한 개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유입도 기대된다.

대형 제약사의 글로벌 공장 투자 마무리와 주요 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자금조달 성공으로 연구개발 투자확대를 위한 여건이 조성 될 수 있을 것으로도 점쳐진다. 때문에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의 회복이 우호적인 투자환경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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