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삼바, 초대형주 초유의 ‘거래정지’ 사태까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해 증권가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유령주식 사태를 불러온 삼성증권 배당 착오부터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 등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는 국내 주식시장 매매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운 초유의 사건이었다.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버젓이 증권사 시스템을 통해 거래까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올해 내내 한국은 물론 세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어느 해 보다 시끌벅적 2018년을 돌아보면서, 올해 증권가 주요 이슈를 되짚어 보았다.

◆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삼성증권은 지난 4월 6일 우리사주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1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잘못 배당해 28억1000주의 유령주식이 입고되는 대형사고를 냈다. 담당 직원이 ‘원’ 대신 ‘주’로 잘못 입력해 벌어진 일이다.

삼성증권이 발행한 전체 주식이 8900만주인데 31배가 넘는 주식이 새로 만들어져 배당된 것이다. 이후 삼성증권 직원 21명은 잘못 입고된 주식을 내다 팔려고 했고 실제로 16명이 내놓은 주식 501만주는 매도 계약이 체결됐다.

담당 직원의 실수와 잘못 입고된 주식을 내다 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도 문제였지만, 유령주식이 시장의 거래 시스템상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매매됐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다. 배당 착오 사태는 삼성증권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증권사의 주식매매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구성훈 당시 삼성증권 대표이사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직무정지 3개월 조치를 결정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임했다. 삼성증권은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1억4천400만원 등의 제재도 받았다.

삼성증권도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배당오류 사고 당시 주식을 판 직원 등 23명에 대해 해고, 정직, 감급(감봉) 등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 골드만삭스증권 공매도 미결제 사고

영국 소재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30~31일 이틀간 차입하지 않은 상장주식 156개 종목(401억원)에 대해 매도 주문을 제출해 공매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 지난 5월 30일 82개 종목, 그 다음 날 74개 종목 등 이틀 간 총 96개 종목(중복 종목 60개)에 대한 주문이 있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13개 종목, 코스닥 83개 종목이었다.

금감원 검사 결과 골드만삭스의 차입 담당자는 주식 대차시스템 화면의 ‘온라인 협상’ 메뉴에 차입 희망 주식 내역을 입력하고 대여기관에 차입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차입결과 수동입력’ 메뉴에 차입 희망 주식 내역을 잘못 입력했다.

그 결과 차입하지 않은 주식이 차입 잔고에 반영됐고 트레이더는 잔고가 있는 것으로 오인해 차입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주식 결제일인 지난 6월 1일 20개 종목(139만주), 같은 달 4일 21개 종목(106만주)에 대한 결제 불이행이 발생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정례회의에서 공매도 제한 법규 등을 위반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대해 과태료 75억480만원을 부과했다. 75억원대의 과태료는 증선위가 부과한 과태료 금액 사상 최대로 기록됐다.

사건 이후 삼성증권의 배당오류에 따른 ‘유령주식’ 사태와 더불어 공매도 제도 폐지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상장폐지 여론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22조원, 시총 5위로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제약·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초대형주 초유의 ‘거래정지’ 사태를 맞이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처리기준을 고의로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분식 규모는 4조5000억원 정도로 규정했다.

또한 삼성회계법인은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여부를 2014년까지 공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과실’이라고 주장한 반면 금융감독원은 ‘고의’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의 판단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삼성바이오의 주식 매매 거래를 즉각 정지시켰다. 증선위의 회계부정에 대한 검찰 고발 및 통보 조치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최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의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달 14일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론 발표 이후 정지된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는 11일 바로 재개됐다.

다만 상장폐지에 이르지 않아도 개선 기간 부여로 거래 정지가 장기화하면 제약·바이오 업종을 비롯해 시장 전체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자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있다. <사진=뉴시스>

◆ 남북 화해모드 형성에 ‘남북경협주’ 관심

올 한해 남북 경제협력 관련 테마주는 남북 관계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남북이 4월 27일 판문점 회담을 시작으로 올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6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따라 건설·철도·개성공단 관련 등 남북경협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했다.

특히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연내 착공,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정상화 등이 언급되면서 남북 철도연결 관련 테마주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증권가에서는 조만간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업계는 북한 전담 리서치센터를 신설하고 경쟁적으로 북한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북한투자전략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향후 비핵화의 목표와 일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하면서 남북 경협주의 주가는 연말까지 롤러코스터를 반복했다. 특히 남북 간 협력 사업이 진행되는 동시에 대북 제제에 따른 한미 양국 간 이견차가 드러나자 남북 경협주는 정체 상태에 빠졌다.

◆ 시끌벅적 ‘증권거래세’…폐지 요구 확산

최근 증시 급락 여파에 정치권과 금융권,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증권거래세 폐지 혹은 인하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등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63년 도입된 증권거래세는 1971년 한 차례 폐지됐다가 1978년 재도입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세율은 코스피 시장이 0.15%(농어촌특별세 포함시 0.3%)이고 코스닥은 0.3%다. 지난해 증권거래세 신고세액은 전년보다 8.0% 늘어난 4조7000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증시 침체가 계속되자 증시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오는 2021년 4월에는 종목별 시가총액 3억원 수준까지 낮아질 예정이어서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 확대로 이중과세 지적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증권거래세는 이익이 나도 내지만 손실이 날 때도 내야하고 앞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상당히 넓은 층이 내게 돼 있어 이중과세의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세무당국은 세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 소극적이지만 증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세무당국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제 당국도 장기적으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방향을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매수·매도 모두 세금을 내는 증권거래세는 세수 측면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거래세 폐지를 고려해야한다는 금융위원회와 이에 소극적인 기재부가 맞서고 있어 증권거래세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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