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북측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 참석자 등을 실은 열차가 도라산역 CIQ를 지나 판문역으로 향하고 있다. 2018.12.26./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남북이 당초 대북제재로 우려했던 것과 달리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지난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연내 착공식'이 북미 교착 관계가 길어지면서 불투명해졌지만 결국 합의대로 이뤄졌다.

착공식을 열기까지 정부는 북측과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미국 측과도 끊임없이 접촉을 해야 했다.

특히나 착공식에 필요한 금속류 물자 등의 반출과 열차 통행과 관련한 대북제재 면제가 주요 쟁점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의 승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착공식 행사 자체가 대북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착공식을 위한 열차방북과 무대설치용 기자재 등이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는 철도·도로 공동조사 때 상황과 비슷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된 철도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 공동조사 당시 유류 반출 문제 등이 관계국의 핵심 우려 사항 중 하나로 꼽혔다. 이같은 문제를 논의 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1달가량 늦게 시작됐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는 ‘회원국은 자국 영토를 통해 또는 자국 국민에 의해 자국 국적 선박이나 항공기, 수송관, 철도 및 차량을 사용하여 모든 산업용 기계류와 운송수단 및 철강, 여타 금속류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직간접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한다’고 명시 돼 있다.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외 다른 목적을 위해 필요할 경우 사안별로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1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가졌다.

이 본부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과 회의를 마친 후 “워킹그룹에서(을 통해) 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해서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우리 둘(한미)은 지금부터 시작해서 내년 초까지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시기라는데 뜻을 함께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실무협상이 조속히 개최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도 모두발언을 통해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유엔 제재에 의해 금지되지는 않지만, (관계자에 대한) 면허 및 여행 허가에 대한 검토는 인도주의 단체가 북한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는 워싱턴에 돌아가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면서 “이와 관련해 보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단계에 대해 한국의 파트너로부터 훌륭한 아이디어를 들어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비건 대표는 "북한 측과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기를 기대한다"며 2차 북미회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과 관련한 몇가지 세부 사항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날 두 사람의 회의에서는 비핵화, 대북제재 면제, 대북 인도지원 등이 의제로 올랐다.

아울러 북한과의 대화를 조급히 진행하지 않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해 잇단 대화 시그널을 보내며 남·북 관계도 진전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북한 관련 팀의 보고를 받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관련해 일하는 나의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이브 보고가 있었다”며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진전’이라는 표현은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북미가 긴 교착 관계를 떨치고 순항을 탈 수 있는 기회로도 보인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고대하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비건 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함께 보고하는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특히나 비건 특별대표는 앞서 한국을 방문했던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건 특별대표와 후커 보좌관이 최근 한국 정부와 협의한 북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향후 대화 재개 등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진을 공개한 의도로는 비건 특별대표가 방한 기간 중 밝힌 대북 인도적 지원 재검토 방침과 타미플루 제공 지지, 남북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의 제재 면제 등이 자신의 의지였다는 것을 피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착공식이 곧 남북 도로‧철도 첫 삽을 뜨는 공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착공식이 실제 공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언급해 왔다. 특히나 문재인 대통령까지 착공이 아니라 '착수'를 의미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착공식 참석을 위해 탑승한 특별열차에서 취재진에게 "(착공식 이후에) 실태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며 "실제 공사 전까지 할 게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특히 "설계만 해도 1~2년이 걸린다"며 "설계 같은 것부터 먼저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착공식에 참석하는 전 통일부 장관들은 이번 착공식이 이전 착공식보다 진전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남북관계의 새 신호탄으로 봤다.

2002년~2004년 통일부에 역임했던 정세현 전 장관은 이날 착공식 장소인 개성 판문역을 향해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에 탑승해 "제가 2002년 9월18일 북한에 철도 자재 장비 주는 착공식을 했다"며 "저 분(이재정 전 장관)이 2007년 5월17일 시범 운행 경의선·동해선 착공식을 했고 그때도 남북 100명 씩이 참석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2006~2008년 통일부를 역임했던 이재정 전 장관은 "그때 동해선은 국토부 장관, 경의선은 제가 착공식에 갔다"며 "2006년 이종석 장관 때 하려고 했는데, 전날 북한이 미사일 쏴서 무산됐다가 1년 뒤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장관은 "11년 전 성과를 생각해보면 판문역을 통해 개성에 화물열차가 가고 원자재가 건너가고 개성이 열리게 된 것"이라며 "지난 번에도 철도가 되면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간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 전 장관은 특히 "철도가 신의주 현지 조사까지 끝냈는데 이건 11년보다 진일보 된 것“이라며 ”이것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봤다.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도 "2008년 9월18일 착공식을 했다"며 "그때 통일의 상징으로 경의선을 연결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1999년~2001년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때는 개성공단으로 화물차가 오갔는데 오늘 차 타러오며 굉장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신의주까지 연결돼 중간에 멈추지 말고 쭉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북측 판문역에서 착공식 공식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사로는 남측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100여명, 북측에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출발역은 '서울', 도착역은 '판문'인 새마을호 4201호 열차가 26일 오전 6시 48분 서울역 11번 플랫폼을 떠났다. 열차는 도라산역을 지나 오전 8시 34분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한편 남북은 ‘9·19 군사합의서’에 따라 지난 10월 1일 JSA 비무장화에 착수해 같은 달 27일 지뢰 제거와 화력장비 철수 등을 골자로 한 비무장화에 대한 상호검증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는 연내 불투명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자유 왕래 관련해 “쉽지 않다”며 “공동근무수칙 합의문 조율에 시간이 걸린다”고 JSA 자유왕래를 위해 필요한 남북의 공동근무수칙을 마련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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