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올해 물가 상승률 예상보다 낮을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진다면 시장 안정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실 신년다과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두 달 사이에 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쪽으로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올해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이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됐다.

그는 “올해 통화정책을 하는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느 때보다 상당히 영향을 줄 것 같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는 것이겠지만 금융시장이 워낙 촉각을 기울이고 있어 여러 가지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미 금리 인상이 올해로 종료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 한은도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러 전제를 바탕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다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종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내놓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7%다.

이 총재는 “유가는 워낙 금방 영향이 나타나니 올해 경제 지표 중 물가는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났다”며 “전망할 때 국제유가를 배럴당 60∼70달러로 봤는데 지금은 40달러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공요금이 오른다든가 하면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면서 “물가 상황은 올해 7월쯤부터 6개월마다 설명해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 여건을 대해서는 “바깥 여건이 워낙 중요한데 우호적인 게 별로 없다”며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는 이 총재는 “차주 70%는 상환능력이 좋은데 문제는 취약계층”이라며 “그런 문제는 재정의 역할이고 정부도 그 점을 인식해 많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잠재성장률 수준을 재검토하는 문제에도 “현재 추정치인 연 2.8∼2.9%가 그대로 갈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올해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는데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낮지 않다는 인식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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