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불응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장 접수…‘경찰 조사’ 시작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산업은행이 최근 자회사 두레비즈 소속 용역근로자와 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원 일부를 퇴거불응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두레비즈는 산업은행 본점 청소 및 시설관리, 조경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회사로 지난 2005년 산업은행 행우회가 100% 출자해 만들었다. 두레비즈가 설립되기 전까지 산업은행의 청소 및 시설관리는 외주를 줬으나 현재는 산은 행우회의 완전자회사 상태로 건물관리나 경비, 인력, 청소, 취사, 시설, 수위 용역 등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산은과 두레비즈 소속 용역근로자들은 직접고용을 피하기 위한 ‘자회사 전환’ 강행과 용역직원들에 대한 임금착취 논란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들 노조원 100여명은 지난달 6일 산업은행 본사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본사 로비를 불법 점거한 집회에 대한 책임을 묻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집회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불법 집회이자, 국가보안시설인 산은 로비를 점거한 것 역시 명백한 불법행위”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퇴거불응 및 업무방해 혐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산은이 비정규직 노조원을 상대로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산은과 비정규직 노조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노조원 5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2일부터 경찰 조사에 나섰다.

산은 측은 지난 2017년 10월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최근까지 무려 21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12일 있었던 21차 회의에서 ‘자회사 방식’ 안건을 상정했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표결 강행에 반대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는 ▲산업은행 측 대표단 6명 ▲노동자 측 대표단 7명 ▲전문가 5명 등 총 18명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노동자 측 대표단 7명 가운데 정규직 노동자 2명을 제외하면 파견·용역업체 관계자는 5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로 노조는 일방적인 표결 강행은 물론이고, 협의 과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산은 본사에서 열린 집회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을 갖춘 집회”라며 “정당한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경찰에 고소장까지 접수한 것은 노조 활동을 와해시키기 위한 악의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레비즈 말고 새로운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이름만 달라질 뿐 간접고용을 지속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다해 직접 고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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