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보험설계사, ‘세입자’ 주민번호 도용해 억대 사망보험 가입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보험계약이 체결됐다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롯데손해보험 설계사로 근무하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화재사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집주인은 세입자가 사망시 보험금 수령을 자신의 딸로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주인 A씨로부터 개인정보를 도용당해 자신도 모르게 사망상해 담보 보험에 가입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세입자 B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이자 집주인인 A씨는 사망상해담보가 포함된 화재보험에 B씨를 가입시켰다. 또한 보험 계약자를 A씨의 딸로 지정, B씨는 피보험자로 지정돼 있었다. A씨의 딸이 매달 보험료를 부담하는 대신 B씨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아갈 수 있는 것이다.

집주인 A씨와 세입자 B씨의 관계를 고려해볼 때, 만약 A씨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B씨가 사망하면 B씨의 사망 보험금을 일면식도 없는 A씨의 딸이 수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명의를 무단 도용한 A씨의 반응이었다. 사태를 파악한 B씨가 A씨에게 항의하자 돌아온 답변은 “내가 집주인인데 세입자 주민번호 좀 쓴 거 갖고 젊은 사람이 예민하게 군다”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이어 A씨는 “보험료도 내가 내는거고 주민번호만 좀 쓰자는데 무슨 문제냐”는 황당한 말을 이어갔다.

A씨는 “돈은 내가 내는거고 그냥 주민번호만 쓰는 것이 그렇게 잘못이냐”며 “싸인도 내가 대신 했고, 돈도 딸 계좌로 이체되는데 왜 그러냐”고 오히려 B씨를 다그쳤다.

사망상해담보가 있는 B씨의 보험계약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결국 B씨는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 금융감독원에 신고했으나 보험회사는 명의도용으로 A씨에게 영업정지 30일 처분만 내렸다. 이에 B씨는 금감원에 재심 신청을 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도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형사고소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서에 가서 명의도용과 사문서위조로 고소고발을 하라는 것이었다.

B씨는 “상식적으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이 내 계약자가 되고 내가 사망시에 보상을 받는다고 되어있는데 집주인은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면서 “롯데손해보험에서도 설계사가 평소에 친분이 있는 사이라 명의도용을 했으니 너그럽게 이해 해달라는 소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했으나 거절까지 당했다”며 “몇년이 걸리더라도 민형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소속 설계사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보험 가입한 것은 사실”이라며 “피보험자가 사실을 알고 이튿날 바로 청약을 철회했고, 해당 설계사인 A씨는 영업정지 30일 제재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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