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성폭행 피해로 법정싸움을 하던 중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부부 사건의 피의자 A(38)씨가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2017년 4월 폭력조직원이자 남편과 친구사이인 A씨는 남편이 해외출장을 간 사이 남편과 자녀에게 위협을 행사할 것처럼 B(34·여)씨를 협박해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 해 1심에서는 A씨에 “CCTV에 찍힌 B씨의 모습이 성폭행 피해자의 모습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며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B씨 부부는 2심 공판이 시작된 지난해 3월 전북 무주 한 캠핑장에서 연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유서를 통해 “죽어서도 복수하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열린 2심에서도 원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심 판결이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결여됐다는 의심이 든다”며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판결이 잇따라 등장했고,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지적이 높았다.

결국 대전고법 제 8형사부(전지원 부장판사)는 지난 7일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뒤집고 징역 4년 6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았고 진술 또한 일관되지 않고 모순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죄질의 수법이 매우 나쁘고 재범의 위험성도 높은데다 피고인에게 저지른 대부분의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성인지 감수성’이 성범죄 재판에 새로운 잣대로 등장해 법조계에도 큰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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