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선수를 비롯해 쇼트트랙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25일 오전 경기 성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6.25./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심석희(22·한국체대)가 조재범(38)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에게 4년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심석희 측 변호인은 지난 8일 “지난달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조 전 코치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심석희가 2014년께부터 조 전 코치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 당시 심석희는 만 17세, 고등학교 2학년. 

심석희 측은 고소장을 통해 조 전 코치가 초등학교 때부터 ‘절대 복종’을 강요했고, 주변에 알리지 못하도록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범행이 발생한 곳은 한국체육대학교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보복이 두려워 혼자 감내" 

그는 변호인을 통해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과 협박을 가하고,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해온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피해 사실이 밝혀질 경우 국가대표 선수로서, 여성 피해자로서 당할 추가적인 피해와 가해자의 보복이 너무 두려워 혼자 감내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신체적·정신적 피해가 너무 막대하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서 안된다고 생각해 가족,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을 밝히기로 용기를 냈다"고 강조했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백은 한 팬의 편지 한 통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 조은 변호사는 지난 8일 SBS를 통해 “한 팬이 심 선수가 심하게 폭행을 당했음에도 올림픽이든 그 이후에든 선수 생활 열심히 하는 걸 보여주는 게 자기한테는 너무 큰 힘이 됐다고 고백한 편지를 주셨다”면서 “자신을 보고 누군가 힘을 낸다는 것에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는 애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자기가 용기를 내서 얘기함으로써 다른 피해자들도 더 용기 내서 앞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국민청원 "조재범 코치를 강력처벌해주세요"

네티즌들도 용기를 내준 심석희 선수를 지지하고 연대했다.

지난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조재범 코치를 강력처벌해주세요”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9일 10시 기준 12만 6천명을 돌파했다. 연관 청원도 쇄도하고 있다.

이들은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며 빙상연맹 등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그 밖에도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용기 내서 침묵을 깬 심석희 선수를 응원하고 연대합니다. #Metoo”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roq****)은 “너무 끔찍하고 화가 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심 선수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일. 응원합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조 전 코치 ,성폭행 혐의 전면 부인 

하지만 조 전 코치는 현재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심석희 진술에 따라 조 전 코치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진행 중이다. 분석 결과가 끝나는 대로 조 전 코치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심석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조 전 코치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 전 코치에게 주먹과 발로 신체 여러 부위를 집중적으로 맞는 등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이에 심석희가 선수촌을 이탈하면서 폭행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조 전 코치는 지난해 9월 상습 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다. 현재 조 전 코치가 항소장을 제출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후 심석희 선수는 지난달 17일 항소심 결심공판서 “조 전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평창올림픽 무대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며 “조 전 코치가 다시는 죄를 저지를 수 없게 강력한 처벌을 희망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편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폭로로 여론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체육계에 ‘미투(#Metoo)’ 바람이 불어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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