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SK텔레콤 을지로 본사, KT 광화문 지사,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KT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이 영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 자사 IPTV에 넷플릭스(Netflix) 콘텐츠를 전격 론칭한 LG유플러스에 이어 최근 SK텔레콤이 국내·외 방송사와 손잡고 미디어 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그러나 KT는 두 회사의 공격적인 미디어 사업 행보에도 이렇다 할 대응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T 내부에서는 IPTV를 비롯, 미디어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KT는 지난해 9월과 10월 올레tv모바일에 아프리카TV 서비스, 키즈랜드 2.0을 제공한 이후 새로운 콘텐츠가 전무하다. 아이돌 그룹을 활용한 단발성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에 그쳤다.

KT 관계자는 “자체제작을 비롯해 콘텐츠 제작사(CP)와의 생태계 조성 등 올해 미디어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 전략을 갖출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안도 발표 시기도 확실한 답을 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 여파 등으로 미디어 콘텐츠 등 KT 사업 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는 아현국사 화재 탓에 5G(5세대 이동통신) 경쟁력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T 화재 피해로 인한 개인 고객 요금 감면액은 약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이달부터 KT는 동케이블 기반 유·무선 이용고객에 최대 6개월치 요금 감면에 들어간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도 올해 시행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5G 주파수 상각비 등 5G망 투자 부대비용도 발생한다. 결국 화재 피해 후처리와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굵직한 사업들에 제동이 걸린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시대를 맞이해 미디어 콘텐츠 강화에 일찌감치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방송 3사(KBS·MBC·SBS)의 미디어 플랫폼인 ‘푹(POOQ)’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oksusu)’를 합쳐 통합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를 개발키로 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인 미디어 서비스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SK텔레콤은 최근 미국 최대 규모의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방송망과 통신망(LTE, 와이파이)의 이종 결합을 통해 미디어 사업자와 사용자의 스마트폰·차량·TV 간 맞춤형 양방향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자사 IPTV에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3사 중 가장 돋보이는 행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개국, 1억37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콘텐츠의 팬덤 등으로 예상했던 이용률보다 상회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IPTV의 경우 400만 이용자를 넘어 계속 증가 추세”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국내 통신업계는 5G 확산을 위해 미디어를 비롯한 콘텐츠 투자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오는 3월 말 5G 전용 단말 상용화에 맞춰 차별화된 OTT 서비스가 지속 등장할 전망이다.

KT는 지난해 말 신설한 뉴미디어사업단에서 미디어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이끌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미디어 시장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며 “올해도 키즈 콘텐츠 공략은 그대로 이어진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콘텐츠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결과에 따르면 IPTV 시장에서 KT는 점유율 20.67%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SK브로드밴드 13.97%, LG유플러스는 11.41% 등 순이다.

국내 OTT 서비스 1위인 SK텔레콤과 IPTV 성장세가 부각되는 LG유플러스는 올해 콘텐츠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디어 시장 동향은 OTT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콘텐츠 다양화만이 업계경쟁력을 위한 최대 무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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