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지난 8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1.10./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중국에서 이뤄진 가운데, 회담을 두고 북한과 중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8일 중공중앙 대외연락부 대변인이 "중공중앙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의 초청으로 북한 노동당위원장,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7~10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음을 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9일 오후 3시 중국 베이징(北京)을 떠나 평양으로 향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 즉 비핵화와 대북제재에 대한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북한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와 대북제재에 대해 중국의 지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김 위원장 측은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미협상을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전략을 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매체는 환구시보는 8일 사설을 통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북중 및 양국 지도자의 친밀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중국은 오랫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해왔으며 이는 중국에도 이익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이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중국중앙(CC)TV는 10일 시 주석이 회담에서 “지난해 중국과 북한 당의 노력으로 한반도의 정치적 해결 과정이 진전됐다”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방향을 계속 지지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했음을 전했다. 중국중앙TV는 또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및 성과를 지지하며 유관국들이 대화를 통해 각자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하는 것도 지지한다”고 밝혔음을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북한은 계속해서 비핵화 입장을 견지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정상 간 2차 회담에서 국제사회가 환영할 성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중국중앙TV가 전했다.

아울러 중국중앙TV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한반도 상황은 완화됐고 이를 위해 중국이 중요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도 1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8일 양측 정상이 한반도 문제 및 비핵화와 관련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 및 지역 문제 특히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 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했다"며 "대외관계 분야에서 두 나라 당과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자주적 입장들에 대하여 호상(상호) 이해와 지지, 연대성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두 정상이 전략적 논의를 이어갔다고 풀이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이 북한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번 북중회담은 사실상 북한과 중국 모두에게 유리한 회동이었다.

중국은 이번 회동을 통해 북한에 존재감을 확실히 할 수 있으며 한반도·비핵화 문제에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시 주석도 김 위원장을 흔쾌히 자국으로 초대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아울러 동시에 미국과의 첨예한 무역전쟁에서도 입지를 강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중국이 북한을 대미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 소재 소아스(SOAS) 중국연구소 스티브 창 소장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회담을 할 때 공교롭게도 베이징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벌였다"라며 "중국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사실상 중국의 협조가 불가피한 가운데, 시 주석으로서는 공고한 북중 관계를 공식화하면서 미중 무역협상를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회동 시기가 상당히 미묘하다. 북한과 중국은 각각 미국과 핵협상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두 정상의 공고한 관계가 미국에게는 묘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중국 언론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만 연일 보도한 채 북·중정상회담과 만찬 회동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침묵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역시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한다”거나 “(미중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중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자신을 상대로 하는 두 나라의 돈독한 관계로 인해 각각의 나라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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