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 “법원 검찰 압박 시도... 원천 봉쇄할 것”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19.01.10./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사법농단’ 수사의 핵심, 양승태 (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소환 당일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사법농단의 주요 인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 사법농단 의혹에 전방위로 관여하고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대법원 기자회견... 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의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기 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통상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소환 조사를 받게 될 경우 검찰청사 앞에서 입장 등을 밝히곤 한다. 앞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친정’인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문 밖에서라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대법원측에 따로 협조 요청을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포토라인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곧바로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입장 발표를 함으로써 사실상 검찰과 법원 모두를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한 검찰의 공개소환 통보에 대한 반격과 동시에 전직 대법원장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 방침을 밝힌 김명수 현 대법원장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라는 의견도 있다.

◆ 법원노조 “양승태, 검찰 포토라인 서야”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입장을 발표할 것임을 전하자 법원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봉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는 오는 11일 오전 8시30분께부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을 막아서는 방식으로 봉쇄 행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다른 경로로 경내에 들어와 입장 발표를 시도할 경우 포위하는 식으로 저지 행동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법원노조는 “양 전 대법원장이 서야할 곳은 검찰 피의자 포토라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 내 적폐 세력을 결집시켜 자신들의 재판에 개입하게 하려는 마지막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며 각 지부 대표 등을 상대로 소집 통보를 내렸다.

이어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기자회견 진행은 끝까지 법원을 자극해 혼란을 야기하려는 것"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이 기자회견을 대법원에서 하려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이 발표할 입장문의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인 만큼 국민들께 당시 총 책임자로서 송구한 심정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법원 구성원들에게 참담한 심경 등을 전하는 등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은 인정한다는 식의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가 방대한 만큼 추가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조사로 사법농단 의혹이 마무리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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