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1.10./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사회자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동반한 2019년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에 대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에 도착해 1층 복도 단상 앞에 서서 28분간 회견문을 낭독했다. 이후 올해 기자회견도 “제가 제 마음대로 지목하겠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말을 시작으로 지난해처럼 각본 없이 자유롭게 즉문즉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른 점은 지난 해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이 사회를 맡은 것과 달리 올해는 문 대통령이 직접 사회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사회자 없이 회견을 진행하는 것은 미국 백악관의 회견을 연상케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사회자 없이 직접 회견을 진행한 자유로운 질의 응답 시간, 내‧외신 기자들은 질문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이 날 기자들은 문 대통령을 향해 외교안보, 경제민생 문제를 포함한 국내 현안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이같이 독특한 모습을 연출한 올해 기자회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기자들과 각종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보면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회견”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본 없는 토론회는 예상치 못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질의응답 시간 경기신문 김예령 기자는 문 대통령이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통한 성장 지속을 약속한 것과 관련 “실질적으로 여론이 굉장히 냉랭하다는 걸 대통령께서 알고 계실 것”이라며 “현실 경제가 굉장히 얼어붙어 있는데 그럼에도 대통령께서 현 기조에 대해서 그 기조를 바꾸시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시려는 그런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특히 김 기자는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고 덧붙여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최근 비난을 샀던 김태우 전 수사관과 신재민 전 수사관에 대한 답변에서도 야권의 공세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 수사관의 행동에 대한 대통령의 평가를 듣고 싶다’는 질문에 6초 정도 한곳을 응시하다가 단호하게 입을 뗐다.

문 대통령은 “김 수사관이 속해 있던 특감반은 민간인을 사찰하는 게 임무가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대통령의 주변 특수 관계자,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수사관이 한 감찰 행위가 직분범위를 벗어났느냐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이미 수사대상이 되고 있어서 가려지리라고 본다”라며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서는 “정책 결정은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신 전 사무관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고, 그 결정권한은 장관에게 있다”며 “권한이 사무관 혹은 국에 있는데 상부에서 강요하면 압박이지만, 장관 결정이 본인 소신과 달랐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신 전 사무관이) 자기가 경험한,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수사관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언급한 것과 관련 "두렵고 공포심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 수사관은 "두렵고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상당히 힘이 든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되고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김 전 수사관을 언급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의 질의응답을 보며 깜짝 놀랐다"며 “오늘의 신년사에 대해, 기자회견에 대해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신재민 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결국 젊은이가 치기 어린 이야기를 했다. 이런 식으로 사실상 용기 있는 폭로에 대해 치기로 폄훼했다"며 "대통령 중심에 권위주의적인 세계관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이 제기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 특별검사 법안을 독자적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여러 가지 기다리고, 대통령 신년사도 마지막으로 기다려 본 부분이 있는데 이제 특검발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특검 발의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 신년사에 비판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실체 없는 자화자찬도 되뇌다보면 어느 순간 그것을 현실로 착각하게 된다”며 “국정운영 20개월차임에도 책임자인 대통령은 몽상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는 포용성장을 강조했지만 자영업자와 청년,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반성문으로 시작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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