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9.01.14.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체육계의 폭력 및 성폭력과 관련해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외형의 성장을 따르지 못한 우리 내면의 후진성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단편적으로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근본적인 개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온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미성년자 시절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당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유도계에서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맞았을 뿐 아니라, 20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체육계 ‘미투 운동’이 확산됐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이러한 ‘미투 운동’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드러난 일뿐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히 조사·수사하고,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폭력이든 성폭력이든 조사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보장 하에 모든 피해자가 자신이나 후배들을 위해,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피해를 용기 있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체육은 자아실현과 자기 성장의 길이어야 하고 또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성적 향상을 위해 또는 국제대회의 메달을 이유로 어떠한 억압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학생 선수들에게는 학업보다 운동에 우선 순위를 두도록 하고 있어서 운동을 중단하면 다른 길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며 "선수들이 (시합) 출전, 진학, 취업 등 자신들의 미래를 쥐고 있는 코치와 감독에게 절대 복종해야 하는 이유"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운동부가 되면 초등학교부터 국가대표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합숙소에서 보내야 하는 훈련체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살펴주기 바란다”며

체육계에 대해서도 “과거 자신들이 선수 시절 받았던 도제식의 억압적 훈련방식을 대물림하거나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측면이 없는지 되돌아보라”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쇄신책을 스스로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는 '새해 첫 수석·보좌관회의'이자 '2기 청와대 첫 수석·보좌관회의'이기도 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1기가 혁신적 포용국가로 전환의 기틀을 놓는 혁신기였다면, 2기는 혁신의 성과를 내고 제도화하는 도약기라고 할 수 있다"라고 평가하면서 "1기의 경험 되돌아보고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보완하면서 더 유능한 청와대가 돼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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