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용 “피해자들, 당당히 용기내자”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여성계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9.01.10./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예진 기자] 심석희(22)에 이어 신유용(24) 전 유도선수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체육계 미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이 피해 사실을 용기 내 고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년.

체육계 잇따른 성폭력 폭로로 국민적 공분이 식지 않는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목된다.

◆ “단순 사제관계 아닌 절대복종”

신씨는 지난 1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인 폭행 및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했다.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다섯 살 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신씨는 유도 유망주로 두각을 나타냈고 고창 영선 중에서 A코치를 만났다.

이후 2011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신씨는 “몸무게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A코치가 유도 기술인 ‘굳히기’를 써서 수차례 기절시킨 적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 수도관 파이프로 신씨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씨는 “항상 운동 시간이 두렵다. 코치가 뭘 시키면 무조건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단순한 사제관계라기 보다 선수는 코치의 말을 무조건 들어야하는 관계로서 권력적이고 위계질서가 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앞서 빙상계 미투, 심석희도 조재범(38) 코치가 “절대복종”을 강요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해자와 훈련을 같이 하며 가족 같은 유대관계를 맺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점도 지적됐다.

◆ “가해자 다시 지도자로 복귀하기도”

그 해 여름, 신씨는 코치의 숙소 청소를 하던 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성폭행을 당한 직후 A코치에게 “너 이제 메달 따기 시작했는데 이거 누군가한테 말하면 너랑 나는 유도계에서 끝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 날의 악몽은 이후 20여 차례나 반복됐다. 하지만 신씨는 선수생활이 끝날까 두려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심석희 선수도 같은 이유로 침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가벼운 징계를 받고 다시 지도자로 복귀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고발하기 쉽지 않다는 것.

반면 폭로한 선수들은 코치 눈 밖에 나게 돼 훈련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도 있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린 바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유도계를 떠났다는 이유로 단호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인 폐쇄적인 구조와 성폭력 등을 방조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성폭력 문제를 더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체육계가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 “피해자들, 나를 보고 용기 얻었으면”

신씨는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용기를 얻었다”라며 사건을 다시 공론화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심석희 선수로 체육계 미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자신도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피해자들에게 “잘못한 게 없으니 더 이상 자책하지 말고 당당히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을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석희에 이어 신유용의 폭로가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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