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이 면피성 답변만을 내놔 여야 의원들의 눈총을 샀다.

16일 오전 황 회장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과 함께 국회에 출석,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사고와 관련한 집중 질의를 받았다.

그는 한 의원이 이번 화재사고의 발생 요인으로 ‘맨홀·통신주 등 시설투자 부족에 따른 인재(人災)’를 지적하자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반박하는 등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 의원들은 시종일관 미흡한 답변과 불명확한 책임소재를 지적하며 국회법 65조에 따라 청문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의원들, 과방위 출석 부정보도 “KT 언론플레이 불쾌”

이날 황 회장은 회의 시작부터 언론과 KT의 유착관계에 대해 강도 높은 질타를 받았다.

황 회장은 오는 21~25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2019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한 국내 언론은 지난 11일 황 회장의 이번 과방위 출석으로 다보스포럼 참석 준비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고 이에 여야 의원들은 너도나도 불쾌감을 표했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작년에 이미 보고받았어야 할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과방위가 갑질 상임위처럼 비춰지게 했다”며 “KT의 언론플레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같은 당 박성중 의원도 “언론플레이를 통해 과방위 고유 업무를 문제시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이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날선 의견을 더했다.

노웅래 국회 과방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다보스포럼 준비에 차질을 빚게 했는지’ 물었고 황 회장은 “개인적으로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면서 “각각의 일정에 맞게 준비 중으로, 그런 기사가 나온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KT가 지난 한 해 언론사에 제공한 협찬액과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잘못 묻자 묵묵부답…등급 분류 부실에도 해명만

황 회장은 회의 내내 면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지난 8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KT 통신 부도의 날’ 방송자료를 공개하며 KT의 맨홀·통신주 관리 상태가 엉망인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KT 맨홀 70%에 물·분뇨가 차 있어 관리하기 어렵고 이를 관리하는 케이블 매니저들도 하청업체 직원”이라면서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KT가 수익에만 치중하고 시설관리에는 투자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또 KT가 시설투자에 인색하다는 한 내부직원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이 같은 지적에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취약한 전신주 등의 경우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화재사고는 명백히 불법에 의한 인재”라며 “오해라는 표현은 이 자리에 맞지 않다. 성실히 답변하라”고 지적했다.

KT 아현국사는 2015년 원효국사와 통합되면서 통신재난 범위가 3개 자치구로 넓어졌고, 이를 이유로 D등급 국가통신시설에서 C등급으로 등급이 조정됐어야 했다.

황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아현국사는 C등급을 받기 위해 4년간 준비해왔다”고 해명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 사장 또한 “기준으로는 3개구 범위가 됐으나, 광화문 등이 4개년에 걸쳐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에둘러 답했다.

노 위원장은 “2015년 당시 과기부에 신고해 등급 조정을 했어야 한다”면서 “KT 화재사고 피해의 주원인은 KT가 등급 축소를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장관은 관리 감독의 책임을 인정하는가 하면, KT의 신고 누락을 ‘잘못’으로 짚었다. 그러나 황 회장은 노 위원장이 ‘잘못을 인정하는지’ 묻자 즉답을 회피했다.

황 회장은 이날 의원들의 질의에 “이번 기회에 개선해나가겠다”, “적극 검토하겠다”, “협의체를 통해 방안을 논의하겠다”, “앞으로 잘하겠다” 식의 답변만을 내놨다.

◆“청문회 열어 시시비리 가려야”…황 회장 퇴진 요구↑

KT 아현국사 화재사고는 발생한 지 두 달여 지났지만 화재 원인에 대해 아직까지 규명이 안 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안전장치 마련도 못하고 있다.

앞서 과기부는 주요 통신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점검대상을 일반 재난관리 대상시설(D급)까지 확대하고 점검 주기(A·B·C급: 2년→1년, D급: 2년 신설)도 단축하는 등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전성 강화 대책’을 지난달 확정·발표했다. 최근엔 주요통신사업자들의 중요통신시설 등급 조정과 관련,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KT도 비의무지역에까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다. 과기부와 KT는 화재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도 가려내지 못하는 등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KT의 안전관리 부실에 따른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도 현재로선 없다.

최연혜 의원은 “업무보고 주체도 없고 책임소재도 규명하지 않는 이런 보고서로 현안을 질의하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됐다”며 “320억원을 손해배상 해줘야 하는데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는 것은 책임회피고 직무유기”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KT는 이번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15일 국회, 소상공인연합회, 시민단체 등과 상생보상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소상공인 대상 피해보상 기준을 원점으로 돌려, 협의체를 통해 전면 재논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상임위가 열리니까 어제 상생협의체가 구성이 됐다”면서 “소상공인연합회, 상인연합회가 소상공인 간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했는데 KT는 지금까지 거부했다. 오늘 답변하는 걸 보고 또 분노가 인다”고 말했다.

이철희 의원은 “국회법 65조에 따라 청문회 추진해줄 것을 3당 간사에 정식 제안한다”고 요청했다. 여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은 “가능한 청문회를 개최해 사고 문제를 제대로 따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동감했다.

노 위원장도 “(황 회장은) 면피성으로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면서 “다음에 청문회가 됐든 다시 나와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정리했다.

한편, 같은날 KT전국민주동지회와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회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아현국사 화재 사고의 원인으로 예고된 인재를 지목하며 “과거 국정농단 사태와 통신대란까지 (황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