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여론…‘과다 인력’ 논란 확산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KB국민은행 노사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고 있지 않은 가운데,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의 흐름도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8일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페이밴드(호봉상한제)·성과급 등 임단협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하루짜리 경고성 총파업을 시행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9000명(노조 추산)의 직원이 파업에 참여했음에도 당일 점포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난 2000년 국민·주택은행의 파업 당시 극심한 혼선을 빚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풍경이었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은행권의 ‘과다 인력’ 논란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점포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은행 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을 단행한 지난 8일 일부 지점을 제외한 대부분 국민은행 점포가 별 탈 없이 운영됐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점포를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이 주요 요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인터넷뱅킹(52.6%)을 이용하거나 현금자동지급기(CD)·자동화기기(ATM)(30.6%)에서 입·출금 업무를 봤다. 굳이 점포를 방문해 은행 직원을 만날 일이 없었다. 점포가 전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했다.

또한 은행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점포를 통폐합하는 추세다. 상권이 바뀌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구도심의 점포를 이전하면서도 점포의 숫자 자체도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통계 기준으로 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 가운데 최근 3년 사이 점포수가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다. 은행별로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100여개 이상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의 사례를 예로 들며, 점포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씨티은행은 2017년 지점을 기존 134개에서 44개로 통폐합했다. 단, 기존 점포 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자산관리(WM)센터, 여신영업센터,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 등으로 재배치했다. 2004년 한미은행과 통합 이후 영업점이 253개까지 불었던 것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씨티은행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의 지표는 점포통폐합 이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금융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 은행인 데다가 기존 지점 수 자체가 적어 씨티은행의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국내 주요은행이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은 인력 감축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특히 업무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창구 업무를 맡은 텔러의 입지는 계속해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텔러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추세”라며 “다만 인력이 줄겠지만 텔러가 주는 대신 보다 전문적인 인력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인력 구성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은행 파업의 여파에 대한 진단이 틀렸고, 여전히 점포는 필요하며 인력이 남아돈다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 시각이라는 견해도 있다. 파업이 하루에 그쳤을 뿐 아니라 예고된 일이어서 사용자 측에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점포가 줄어드는 것은 과거에 과도하게 많이 만들어졌을 당시와 비교해 줄어드는 것일 뿐”이라며 “적자 점포가 아닌 이상 고객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점포는 계속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구성원들의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사측을 향한 강경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8일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에 이어 설 연휴 직전 등 앞으로 총 네 차례의 추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를 향한 여론이 더욱 싸늘해졌고, 지도부와 조합원들 사이의 내부 갈등 조짐까지 일면서 파업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추가 파업 시 참가 직원 수가 1차 파업 때보다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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